“이방인 환대 멈추지 말라, 그것이 복음의 일부”

입력 2021-05-21 03:03
김재우(맨 오른쪽) 선교사가 2018년 미국 미시간주 캘빈신학대에서 열린 ‘칼뱅 워십 심포지엄’에서 다인종 예배 공동체 프로스쿠네오와 함께 찬양하고 있다. 이레서원 제공

“난민이 왜 잘살고 있죠. 어른은 차도 있고, 아이들은 좋은 시계를 차고 있네요.”

대다수에게 오랫동안 굳어진 난민의 이미지를 단번에 바꾸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난민의 모습은 이렇다. 고무보트에 매달려 지중해를 건넌 한 가족이 유엔 마크가 새겨진 좁은 텐트에 모여 살며 구호물품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하지만 미국 조지아주 클라크스턴에서 다인종 예배 공동체 ‘프로스쿠네오’와 세계 곳곳의 난민을 만나는 김재우 선교사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위의 질문을 던지는 봉사자에게 이렇게 설명해주곤 한다. “난민이란 표현은 사람의 존재에 대한 평가 기준이 아니다. 그가 현재 처한 상황을 말해줄 뿐이다. 나를 비롯한 그 누구도 전쟁이나 자연재해, 정치·종교적 박해로 한순간에 난민이 될 수 있다.”


16세에 미국 이민을 온 저자가 난민과 이민자를 위한 예배 공동체에서 ‘예배 예술 선교사’로 살게 된 사연이 담담하게 적힌 책이다. 아직 한국교회에선 생소한 예배 예술 선교사란 직함은 민족의 언어와 문화, 고유의 곡조를 살려 찬양예배를 기획·인도하는 그의 사역을 잘 보여준다. 저자는 CCM 찬양팀인 어노인팅의 정규 라이브 예배에서 활동한 선교사이자 찬양사역자다. 미주 코스타와 선교한국 대회, 미국 캘빈신학대가 주최한 ‘칼뱅 워십 심포지엄’ 등 세계 곳곳에서 예배를 인도해 왔으며 현재는 프로스쿠네오의 사역개발자로 활동 중이다.

저자가 몸담은 공동체는 민족 고유의 문화를 반영한 예배를 열어 이주민과 난민을 환대한다. 수단 난민을 대상으로 한 예배에선 남수단에서 사용하는 변형된 형태의 ‘주바 아랍어’로 찬양을 부르고, 미얀마 소수민족 카렌족에겐 이들의 예배 전통대로 대표기도 시간을 길게 마련해주는 식이다. 저자는 “모든 예배는 성경적이며 동시에 그 시대와 지역의 옷을 입고 있다”며 “자기 예배만 정통이고, 다른 이의 예배는 혼합주의라고 손가락질하는 태도는 잘못됐다”고 말한다. “주님도 한인교회 특유의 통성기도와 새신자 환영시간을 좋아할 것”이라며 눙치기도 한다.

“슈크란, 감사해, 그라시아스, 아싼떼.” 아랍어와 한국어, 스페인어와 스와힐리어가 혼합된 인사를 전하며 각국의 음식을 나누는 다인종 공동체의 예배 모습은 떠들썩한 잔치를 떠올리게 한다. 문제는 저자의 집에서 그 잔치가 열린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와 가족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함께하는 예배는 원래 불편하기 때문”이다.

낯선 음악과 음식, 익숙지 않은 냄새와 말없이 찾아온 방문객, 생소한 언어 등 여러 불편과 희생을 겪음에도 이방인에게 온몸으로 환대를 실천하는 저자의 모습은 신실을 넘어 숭고하게 느껴진다. “나는 그간 환대가 단지 복음의 문을 열도록 돕는 도구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환대가 복음의 일부라고 확신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를 향한, 낯선 이를 향한 환대를 멈춰서는 안 된다. 많은 고민을 안고 가더라도 말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