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소실점

입력 2021-05-20 19:54

물결 위로 넘치는 석양
괜한 돌멩이나 내던지면 얕아진 강물이 눈망울로 번져 와
멀리 빈집으로 쓸려 가네
아득하도록 붉게 고인 하류에서는
무성한 넝쿨로 엉키는 얼굴들
바다에 닿기 직전 급하게 불어 오르네
오늘 일기를 미뤄 둔 새들이
낮은 바람 박차고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는데
발목 다 젖은 미명을 들쳐 업고 돌아가는 다리 아랫길
멀리서 흐릿하게 떠오른 어머니
내가 닿아야 할 별 하나
깜박하고 켜진다

고태관 유고시집 '네가 빌었던 소원이 나였으면' 중

고태관은 대학에 들어간 2000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시를 노래하는 밴드 트루베리를 결성해 래퍼 피티컬로 활동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시들이 1주기를 맞아 시집으로 묶여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