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살고 팔아치워 시세차익’ 세종시 아파트 특공 분양 논란

입력 2021-05-20 00:04
뉴시스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직원들의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특공) 사태로 허술한 특공 제도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정책 실패로 국민의 ‘부동산 블루’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이 제도를 활용해 재산상 이익을 챙긴 사례들이 주목받으면서 제2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2010년 정부 결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세종시로 이주해야 하는 공무원 등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 만큼 공직사회에선 “등 떠밀려 집을 샀다가 최근 부동산값이 폭등하자 지탄 대상이 됐다”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세종시 이전기관 직원들에 대한 아파트 특공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부터 시행됐다. 19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세종시 아파트 11만780가구 가운데 2만6163가구가 이전기관 특공 분양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다자녀가구나 신혼부부 등 배려가 필요한 대상자에게 주택의 일정 비율을 우선 분양하는 방식을 일컫는 특공에 공무원 등이 포함된 것은 정부 결정에 따라 강제로 근무처를 옮기게 된 공무원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당시 건설 중이던 세종시나 지방 혁신도시 등으로 이주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 성격이었다.

그러나 제도 취지와 달리 특공을 받고도 세종에 정착하지 않고 아파트를 팔아 시세차익을 챙기는 사례가 속출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2013년 세종시 아파트를 특공 분양받아 취득했지만 자녀 진학 문제 등을 이유로 단 하루도 실거주하지 않고 2017년 팔아 1억6000여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제도 취지가 이주 유도였으니 일정 기간 내 이주하지 않는 분양자는 도로 환수하는 ‘환매조건부’ 방식을 이전기관 특공에 적용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전기관 특공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2월 주택법을 개정해 특공 분양 시 3년간 실거주를 의무화하고 전매제한 기간도 5년에서 8년으로 늘렸다. 원래는 원 소속지나 본사·지사 여부와 관계없이 세종시 이전만 하면 특공 자격을 부여했지만 지난달부터는 원 소속지가 수도권, 본사 이전의 경우에만 특공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쳤다.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세종시 특공에 대한 논의 자체가 지나치게 경제적 혜택 측면에서만 주목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필요 때문에 공무원 등의 특공 참여를 적극 유도했다는 점, 비교적 최근에야 세종시 집값이 올랐다는 점 등은 간과하고 특공 분양자들을 무조건 투기세력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의미다.

특공 도입 초기에는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참여가 저조했다. 이에 정부는 공무원 등에게 특공 분양을 적극 독려하기 시작했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요즘 1가구 1주택 보유를 권장하듯 당시에는 정부 고위직이 세종시 특공을 안 받으면 오히려 눈치가 보이는 분위기였다”고 소개했다. 각종 혜택도 덧붙였다. 신혼부부 등 다른 유형의 특공을 이전기관 특공과 중복 공급받을 수도 있었고, 1가구 1주택에 한해 취득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해줬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민간기업이나 병원, 연구기관에도 특공 자격을 줬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특공 논란을 보면 그야말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말이 연상된다”며 “세종시 개발 초기에는 곳곳에서 미분양도 속출하고 마지못해 신청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너무 요즘 상황만 보고 마치 공무원들이 투기하려고 특공을 받은 것처럼 몰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공 같은 당근책이 있었기에 공무원과 가족 등의 세종시 이주가 상당 부분 이뤄질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논란이 된 관평원 직원들의 특공 분양 취소 및 이익 환수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실현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진다. 행복청 등 관계기관이 법적 검토에 들어가긴 했는데 여전히 정부 내에서도 분양 취소가 가능한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특공 근거가 된 기관 이전 자체가 무산됐으니 이들의 특공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분양 당시 기준으로는 합법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법무법인 법도의 엄정숙 변호사는 “관평원 직원들이 행정법상으로는 당시 규정에 맞게 분양을 받았는데 분양 이후에 해당 기관의 사정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분양을 취소한다면 신뢰 보호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