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장경제 정면 비판… 진보적 자본주의를 외치다

입력 2021-05-20 19:52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2017년 세상을 떠난 앤서니 앳킨슨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와 함께 불평등 연구를 주도해온 경제학자다. 이번에 번역된 ‘불만시대의 자본주의’는 70대 후반의 스티글리츠 교수가 미국 대선을 2년 앞두고 2019년 출간한 책이다. 이 책에서 ‘진보적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제안된, 강력한 정부 개입을 골자로 하는 불평등 해소 정책들은 새로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슈퍼 부양책, 증세, 빅테크 규제 등 ‘큰 정부’라는 방향과 상당 부분 통한다.

스티글리츠는 이 책에서 미국식 자본주의가 실패했다고 진단하면서 이를 떠받쳐온 경제학의 신화들을 비판하는 데 주력한다. 모든 것을 자유시장에 맡길 때 경제는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오래된 신화가 대표적이다. 그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쟁, 완전한 정보 등 많은 조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라며 정부 개입을 우려하는 시각도 반박한다. 환경문제가 그렇듯 대부분의 문제는 민간 영역에서 발생하고 시장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만이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경제적 정의를 구현하고 기초 연구와 기술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장주의자들의 단골 주장인 규제 철폐와 감세에 대해서는 “필요한 곳에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규제”가 불공정을 초래했고 감세야말로 불평등의 주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세금을 불평등 해결의 핵심 열쇠로 보는 그는 기업과 부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GDP라는 ‘국가의 부’와 안정적인 생활이라는 ‘개인의 부’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얘기도 인상적이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이라는 국가는 예전보다 훨씬 부유해졌지만 많은 이들이 번영을 공유하지 못했다면서 GDP가 아니라 시민의 행복이 경제의 성공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티글리츠의 미국식 자본주의 비판은 제3의 길을 모색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다른 민주주의 사회는 시민 대다수에게 빠른 경제 성장과 풍족한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자본주의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이제 그들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