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을 잡아라” 유통업계 ‘VIP 모시기’ 경쟁 가열

입력 2021-05-20 04:02
뉴시스

코로나19 불황에도 구매력을 잃지 않은 ‘큰손’들을 잡기 위해 유통업계가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가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흐름에 맞서 고객들을 매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VIP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부터 전국 8개 아울렛 전 점포에서 이용할 수 있는 VIP 멤버십 프로그램인 ‘현대아울렛 프리미엄클럽’을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누적 10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 6000명과 점포별로 직전 3개월 동안 누적 구매 금액이 상위 20%인 고객 1만2000명 등 총 1만8000명이 대상이다.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전용 라운지와 전용 주차장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백화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VIP 제도를 아울렛이 도입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는 연 1000만원 이상 구매하는 ‘큰손 고객’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현대아울렛 전체 고객 가운데 지난해 연 10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 수는 2018년보다 137.1%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9.3%에서 2019년 10.7%, 2020년 13.2%로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일 VIP 고객을 대상으로 명품 매장에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는 ‘명품 패스트트랙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간 구매금액이 1억원 이상인 다이아몬드 회원과 최상위 999명인 트리니티 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 지난 3월엔 삼성카드와 함께 연 구매금액이 2000만원 이상인 VIP 고객 전용 ‘더 에스 프레스티지’ 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전년 대비 명품 매출 증가율은 2017년 18.4%, 2018년 20.0%, 2019년 31.0%, 지난해 25.3%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1일부터 ‘해외명품 시즌오프’ 행사를 진행한다. 코로나19로 전체적인 소비가 주춤한 가운데서도 명품 매출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명품 매출은 전년보다 27% 늘었다. 지난 1~4월에는 지난해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명품 시계는 지난 1~4월 매출이 43% 증가했다.

유통업계의 ‘VIP 모시기’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졌지만 큰손들은 여전히 구매력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신한은행이 발간한 ‘2021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년 대비 소득 감소가 상위 20%는 0.8%에 불과했다. 하위 20%는 약 3배인 3.2%에 달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