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휘청… 비트코인 3만 달러로 추락

입력 2021-05-20 04:01

비트코인 가격이 19일 31.2% 급락, 4만 달러가 붕괴된 데 이어 곧바로 3만 달러까지 추락했다. 지난 1월 8일 미국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처음 4만 달러(종가 기준)를 넘은 뒤 넉 달여 만이다. 중국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 투기 과열에 경고를 날린 데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도 불신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코인베이스에서 이날 오후 10시 10분 정확히 3만 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고점 대비 31.2% 폭락한 수치다. 앞서 오후 1시30분쯤엔 3만9700달러를 기록하며 4만 달러 선도 무너졌다. 이더리움도 최저 2916달러에 거래되며 3000달러를 하방 돌파했다.

문제는 하락 속도다. 지난달 13일 6만358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이달 11일(5만6753달러)까지 횡보했던 시세는 1주일 새 3만 달러까지 빠졌다. 넉 달여간 상승분을 불과 한 달 새 모조리 반납했다.

이날 급락세는 중국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 투기를 정조준하면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은행업협회, 중국인터넷금융협회, 중국지불청산협회 세 기관은 공동으로 ‘암호화폐 거래 및 투기 위험에 관한 공고’를 발표했다. 중국 인민은행도 위챗 공식계정을 통해 이를 전파했다.

3대 협회는 “최근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폭등과 폭락 현상이 나타나면서 국민의 재산 안전을 위협하고 정상적 금융 질서를 위협할 우려가 커졌다”며 “암호화폐는 진정한 화폐가 아니므로 시장에서 사용될 수도, 사용돼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DBC) 도입을 강력 추진 중이지만 민간 거래의 경우 체제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국이 규제 의사를 재천명하자 안 그래도 위태위태했던 암호화폐 시장에 고스란히 충격이 전해진 것이다.

앞서 각국 주요 금융계 거물들도 암호화폐 시장에 잇달아 경고 발언을 내놓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비트코인은 투기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고, 비트코인 예찬론자였던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도 “비트코인은 속임수이며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특징을 보인다”며 등을 돌렸다. 암호화폐 신봉자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좌충우돌 행보도 하락 속도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유동성 탓에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암호화폐가 제대로 헤지 기능을 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불신도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인 금은 올 초부터 이어진 암호화폐 상승장에서 지속해서 가격이 하락했지만 최근 반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6월물 가격 종가는 18일(현지시간) 온스당 1871달러를 기록해 올 1월 7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도 지난 18일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6만8200원으로, 1월 6일 연고점(6만9230원)에 육박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