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같이 잡아봅시다’ 삼성전자-구글 크로스!

입력 2021-05-20 00:03

삼성전자와 구글이 스마트워치 운영체제(OS)를 통합한다. 헬스케어 기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애플을 따라잡으려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글은 18일(현지시간) 열린 개발자대회 ‘구글 I/O 2021’에서 구글의 스마트워치 OS ‘웨어 OS’와 삼성전자 ‘타이젠 OS’를 통합해 새로운 플랫폼으로 만든다고 밝혔다. 새 플랫폼은 삼성전자가 하반기 출시하는 갤럭시 워치4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도 이날 뉴스룸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에서 건강관리 경험을 적극적으로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면서 “앞으로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 간 연결 경험은 더욱 쉽고 부드러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기존 타이젠 OS 기반의 갤럭시 스마트워치에 대해 최소 3년의 소프트웨어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구글과 삼성전자는 새 플랫폼이 앱 실행속도가 30% 빨라지고, 배터리 사용 시간도 이전보다 길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안드로이드 진영 동맹이었던 삼성전자와 구글은 스마트워치에선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스마트폰에서 겪었던 플랫폼 종속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스마트워치 시장이 초반 기대와 달리 크게 성장하지 않으면서 구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스마트워치는 파편화된 채 정체 상태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스마트워치는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기기로 사용성이 확대하고 있다. 최근 출시하는 스마트워치는 심전도(ECG) 측정이 가능이 가능해졌다.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갤럭시워치4, 애플워치7 등에는 혈당을 측정하는 기능도 포함될 예정이다. 소극적이던 구글도 2019년 11월 웨어러블 기기 업체 핏비트를 21억 달러(약 2조3700억원)에 인수하며 스마트워치 시장 전략을 재정비했다.


시장 주도권은 애플에 넘어간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전 세계 스마트워치 점유율 1위는 애플워치(40%)다. 삼성전자가 10%로 2위에 자리했고 그 뒤를 화웨이, 핏비트 등이 잇고 있다. 새 플랫폼을 통해 안드로이드 진영은 하나의 OS와 생태계로 스마트워치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체 OS를 쓰던 삼성전자와 핏비트가 합류했고, 기존에 웨어 OS를 쓰던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힘을 보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제임스 박 핏비트 최고경영자(CEO)는 “다음 스마트워치에는 새 플랫폼이 적용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무엇보다 같은 플랫폼을 쓰면서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앱스토어도 공유할 수 있게 돼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워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위해서는 개발자 생태계가 번성해야 한다”며 “단일화된 새 스마트워치 플랫폼은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