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노총 불참으로 시작부터 파행인 최저임금위

입력 2021-05-20 04:01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가 18일 2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신임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실상 첫 회의였는데 민주노총 추천 노동자위원 4명이 모두 불참해 시작부터 파행이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와 올해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률을 주도한 공익위원들이 대부분 유임된 점과 제1노총이 됐는데도 이전처럼 한국노총보다 1명 적게 위원이 배정된 것을 문제 삼았다.

회의를 보이콧한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 앞에서 공익위원 교체 등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정부를 비판하고 내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도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듯한 장면이다. 우려스럽고 안타깝다. 민주노총의 주장에 이해가 가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논의도 해 보기 전에 장외로 달려나간 행태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상대를 존중하면서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가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노사는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현격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한국노총 측은 지난 2년 동안 인상률이 낮았던 만큼 이번에는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고 노동계가 반대하는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를 거론했다.

최저임금은 국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노사 양측이 자신의 입장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향상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폭 인상이 노동자들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고용이 불안정한 영세기업이나 자영업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 정부 초기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 여파로 음식숙박업, 서비스업 등 소상공업종을 중심으로 고용이 줄어든 것은 익히 경험한 바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사업주의 지불 능력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 객관적 지표에 근거해 노사 양측이 공감할 수 있는 합의점, 노사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최저임금이 매년 오르고 있지만 그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최저임금 미만율)이 10% 중반대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2018년 15.5%, 2019년 16.5%, 2020년 15.6%였다. 인상률에만 매달리지 말고 최저임금 사각지대를 줄여나가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