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 급식에 불량 의복까지… ‘쌍팔년도 軍’이 될 참인가

입력 2021-05-20 04:02
군의 부실급식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국민적 공분을 산 데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지시까지 내렸음에도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군은 SNS를 통한 병사들의 제보를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가 거짓말로 들통나는 등 급식체계 개선엔 관심이 없고 허물 감추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지난 16일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계룡대 예하부대의 제보가 올라왔다. 첨부된 사진을 보면 쌀밥과 볶음김치 몇 조각, 한 컵 분량의 건더기 없는 오징어국, 포장김이 제공된 아침식사의 전부였다. 그런데도 당일 국방부는 제대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모든 메뉴가 정상적으로 제공됐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추후에 확인한 결과 동일집단 격리로 식당에 가지 못한 100여명에게 지급된 도시락에서 문제의 도시락이 발견됐다. 본의가 어쨌든 결과적으로 국민을 우롱한 셈이다.

급식체계는 물론이고 이틀도 안 돼 들통날 거짓말을 한 공보체계와 즉각 상부에 사실대로 문제가 전달되지 않은 보고체계의 비정상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장관의 거듭된 지시에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건 장관의 영이 서지 않는다는 얘기다. 급식비 횡령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책임 소재를 철저하게 가려 그에 걸맞은 조치를 내려야 한다.

이뿐 아니다. 병사들의 의복도 문제투성이다. 수년간 병사들에게 지급된 운동복과 베레모 등 수십만 점의 피복류가 불량품이라고 한다. 여름용 운동복 30만여벌, 봄가을용 운동복 19만여벌, 베레모 30만여개 등 180여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어떻게 이런 일이 수년간 가능했는지 납득이 안 된다. 짬짜미가 있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은 사기를 먹고사는 조직이다. 의식(衣食)은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병사도 예외가 아니다. 매일 접하는 음식과 옷이 허접한 환경에서 병사들 사기가 오르길 기대하는 건 나무에서 생선을 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군대에 어느 장정이 입대하고 싶고, 어느 부모가 아들을 보내고 싶겠나. 군이 대오각성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