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 폭이 줄면서 일각에선 시장이 진정되고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이 4년 전 중위 매맷값을 넘어선 상황에서 상승 폭이 다소 진정된 건 큰 의미가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전월세신고제 시행, 매물 감소 등 부정적 변수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어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 들어 진정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 지난해 12월 주간 기준 상승률이 0.15%까지 내외로 치솟은 뒤 올해 1월 0.13%, 2월 0.07%, 3월 0.04%, 4∼5월 0.03% 수준으로 상승 폭을 줄이고 있다. 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 전세는 계절적 요인 등으로 전반적으로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신규 입주 물량 영향 등으로 매물이 증가한 지역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장은 전셋값 상승률 진정을 안정세로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6억400만원을 기록했다. 3월에 처음으로 6억원을 돌파하고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현 정권이 출범하기 한 달 전인 2017년 4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6억267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전셋값이 4년 전 집값을 따라잡은 셈이다.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일부 단지에서는 전셋값이 첫 계약 시점인 2년 전 집값을 따라잡은 곳도 속출했다.
낙관적 전망의 근거였던 ‘매물 증가세’도 뒤집혔다. 19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8595건으로 5월 들어 매물 감소가 시작됐다. 전세 매물은 지난 1월(3만755건) 이후 조금씩 늘면서 전셋값을 떨어뜨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추세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와 비교하면 이미 매물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1년 전(지난해 5월 19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7만1895건이었다.
앞으로도 전세시장에 부정적인 변수들이 줄지어 이어질 예정이다. 우선 다음 달 1일 새 임대차법의 마지막인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임대사업자 기존 세제 혜택 폐지와 재건축 실거주 의무 요건을 강화 등도 전세 매물을 감소시킬 수 있는 요소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로 인해 강남 전세 불안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