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소년원 사역을 시작하셨을 때 반대했다. 당시 부모님이 목회하던 대전의 교회 규모는 크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교회 먼저 부흥하고 선교를 하자고 설득했다.
그때는 예배당 건축 때문에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겨울에도 조립식 건물에서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하며 살았다. 그러나 소년원 사역에 강한 의지를 보이셨던 어머니는 내 말을 듣지 않으셨다.
소년원 캠프를 진행하려면 음향기구와 악기를 여러 교회에서 빌려와야 했다. 소년원 캠프에 헌신하는 청년들은 있었지만 재정적으로 준비되지 않았기에 필요한 장비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대전에서 열리는 캠프 때문에 전남 여수에서 스피커와 음향 콘솔을, 전북 전주에선 드럼을 빌려왔다. 그렇게 사역을 열심히 준비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 후 마지막 날에는 짬뽕 한 그릇씩 먹고 헤어졌다. 캠프가 끝나도 그 흔한 회식다운 회식을 할 수 없었다.
인간적인 마음으로는 참 힘든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영혼은 행복했다. 세상에 버림받고 사고뭉치라며 손가락질당하던 영혼이 하나님께 돌아오는 모습을 매번 봤기 때문이다.
그때 하나님의 일을 할 때는 중요한 원칙이 있음을 배웠다. ‘하나님의 일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하나님의 일은 오직 믿음으로 해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신 방향성과 비전 안에서 진실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달려가는 것이 믿음이다.
‘돈이 없어도, 배가 고파도,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세상에서 유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나님 나라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가진 청년의 가슴에 불을 붙이는 것은 돈도 학벌도 외모도 아니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다.’
2006년 아버지는 온 가족을 불러모으셨다. “대전의료소년원에서 출소한 A군이 갈 곳이 없단다.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만장일치로 A군을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3년 정도 함께 살았다.
그는 육체적으로는 건강했으나 정서적으로 불안했다. 습관적인 도벽이 있었다. 주일 헌금이 전부 분실되기도 했다. 예배 드리느라 집을 비운 사이, 동생의 신혼집에 들어가 자신이 주인인 척하며 피아노를 팔고 가전제품을 가지고 나갔다.
그렇게 집에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완도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A군이 고기잡이배를 타고 일하다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A군의 생모가 보험금을 가져가겠다며 연락을 했다.
생전에 그렇게 찾으려고 해도 나타나지 않았던 사람이 돈을 타려고 먼저 연락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학대를 받고 주변 어른에게 이용당했던 A군을 끝까지 함께해주지 못한 슬픔이 밀려왔다. 그 사건 후 우리 가족은 한동안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하나님은 소년원 사역을 계기로 재정과 비전, 인간관계의 연단을 겪게 하셨다. 그 시간 동안 하나님 나라를 향한 비전을 확인했고 사역의 원리를 배웠다. 평생의 동역자도 만났다.
오메가교회를 개척할 때부터 헌신하던 이국희 전도사와 황진실 사모가 최근 중동 지역의 레바논으로 떠났다. 코로나19로 선교지의 많은 선교사가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더구나 황 선교사는 오는 8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도 선교사 부부는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했다. “레바논에 가서 코로나와 배고픔으로 고난 속에 지쳐 있는 난민들을 섬기겠습니다. 지금은 난민들에게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들은 “그 땅에 청년과 다음세대를 살리는 오메가교회를 개척하고 학교를 세우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때론 목회자가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재정을 기준으로 사역을 결정하는 것을 본다. 참으로 안타깝다. 나는 소년원 사역으로 재정이 없을 때 어떻게 사역을 풀어가는지 배웠다. 그것은 당장 눈앞의 재정이 아닌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삶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기준은 간단했다. ‘부르심의 방향성 안에 있는 사역인가. 이 사역이 내가 섬겨야 할 사역이고 하나님의 뜻이라면 내 마음에 소원이 일어나고 있는가. 윤리·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가. 주님의 몸 된 교회와 주변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가.’ 그리고 하나님의 뜻이라는 확신이 들면 무작정 뛰어들었다. 재정이 없어도 기도하면서 준비했다.
하나님은 청년과 다음세대를 일으키는 사역자로 준비시키기 위해 나를 소년원에 던지셨다. 그 당시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분명히 알고 있다. 하나님이 내 인생을 통치하고 계심을 느낀다. 그리고 이 믿음은 나를 강하게 하고 여전히 내 가슴에 불을 지핀다.
“우리가 걸어가는 그 길을 주님은 다 아신다.” 이 믿음은 여전히 나를 강하게 한다. 이 믿음은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만 바라보게 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오직 믿음으로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하길 원하신다. 소년원 사역을 시작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 ‘절대 믿음’이 오메가교회에 그대로 장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