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했을 때 눈물 흘리는 팬들 보며 더 강인해졌다”

입력 2021-05-20 19:39
프로게이머 ‘룰러’ 박재혁은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팬들의 눈물을 보고 강인한 마인드를 갖게 됐다”면서 차기 시즌 선전을 다짐했다. 젠지 제공

‘룰러’ 박재혁(22)은 한국을 대표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이다. 2016년 삼성 갤럭시(현 젠지)에서 데뷔한 그는 이듬해 팀을 세계 정상에 올리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2018년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 국가대표로 선정돼 한국의 은메달 획득에 일조하기도 했다.

박재혁의 소속팀 ‘젠지’는 지난 1월부터 4월 초까지 펼쳐진 e스포츠 대회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을 준우승했다. 서머 시즌(6월 개막 예정)은 반드시 우승으로 마침표를 찍겠다는 각오로 연습에 매진 중인 그를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스프링 시즌을 마친 뒤 어떻게 지냈나.

“시즌을 치르는 동안 부모님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모처럼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함께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휴양지에 놀러 가지는 않았다. 대부분 집에만 있었다. 반려견과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차려 먹으며 지냈다.”

-준우승으로 끝난 스프링 시즌을 돌아본다면.

“나는 항상 서머 시즌보다 스프링 시즌의 활약이 저조했다. 자신은 넘치는데 기량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 개막 전에도 불안감을 느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시즌에 돌입하니 좋은 활약을 펼쳤다.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결승전에서 담원 기아에 0대 3으로 완패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은 결승전이었다. 1세트는 우리가 상대방의 전략에 말리긴 했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2세트는 우리가 무조건 잡아야만 하는 경기였다. 그 경기를 역전당하면서 기세가 확 꺾였다.”

-어느덧 6년차 베테랑이 됐다.

“2018년도까진 베테랑 형들과 한 팀을 이뤘던 만큼 팀원들 사이에서 의견을 내기보다는 듣는 쪽이었다. 2019년부터는 내가 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때부터 지성이 생겼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 올해는 더 똑똑하게 게임을 해나가고 있다.”

-2019년도 ‘각성’에 어떤 계기가 있었나.

“2019년은 내가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 가장 크게 좌절했던 해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 특히 스프링 시즌은 강등권만 벗어나자는 각오로 임했다. 대회도, 연습도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모니터 화면을 보면 어지럼증이 생길 정도였다. 차라리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프로로서 해서는 안 되는 생각까지도 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를 졌는데 아쉬운 마음과 함께 ‘이제 드디어 쉴 수 있겠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런데 경기장을 나서면서 눈물을 흘리는 팬분들, 나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팬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후회와 죄책감이 몰려왔다. 대기실에서 혼자 30분 동안 펑펑 울었다. 그때 이후로 더 강인한 마인드를 갖췄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내가 잘하든, 못하든 항상 같은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 인터넷 개인 방송을 하면 팬분들이 찾아와주셔서 채팅도 많이 해주신다. 앞으로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항상 보내주시는 응원에 감사하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