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 충돌 사태는 이들 내부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재선 기회를, 무장정파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내 입지 강화를 위해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와 하마스는 오랜 기간 일종의 ‘공생관계’를 형성해 정치적 위기를 극복해왔다.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장악한 2007년 이후 로켓포 위협을 통해 이스라엘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고 아랍국가들로부터 원조를 받아왔으며, 이스라엘도 하마스에 대한 적대감을 이용해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와 하마스는 정치적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상대에 대한 적대감을 자극해 권력을 유지하는 전술에 의지해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충돌에 대해 “양측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시기적절하고 어려운 시기에 찾아왔다”며 네타냐후 총리와 하마스가 수많은 희생으로 얻은 것은 정치적 이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 생명 연장의 기회를 얻었다. 이스라엘에선 지난 2년 동안 4번의 결선투표가 치러졌지만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3월 총선에서 패배하고 야당에 연정 구성 권한까지 넘겨준 상태다. 만약 새로운 연정이 구성되면 그는 15년간 지킨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러나 이스라엘 경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면서 이스라엘 내 이슬람 아랍당 핵심 지도자가 이에 반발해 연정 협의에 불참했고, 결국 야당의 연정 협상이 중단되는 공교로운 상황이 연출됐다. 히브리대의 한 정치학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연정 협상 주체들이)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연정 구성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하려 했다”면서 “이번 충돌이 이스라엘 정권 교체를 막기 위해 때맞춰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연정 협상 만료 시한인 다음 달 초가 지나면 네타냐후 총리는 새 총선을 통해 재집권할 기회를 얻기 때문에 시간을 끌 공산이 크다.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로 이득을 보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강경파 하마스와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는 온건파 파타로 분열된 상태다. 팔레스타인은 오는 22일 15년 만의 통합 총선을 치르기로 합의했으나, 파타를 이끄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9일 무기한 총선 연기를 선언했다. 이 상황에서 무력 충돌은 향후 치러질 선거에서 강경파인 하마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WP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통치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듯, 하마스도 충돌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기관은 “요르단강 서안 주민들이 하마스의 행위를 지지하고 있다”며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예루살렘 주민들에 대한 지지를 바탕으로 이스라엘과 대결한 것은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