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있을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대란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는 ‘백신동맹’을 통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선도하는 반도체·배터리를 지렛대로 활용하고, 기업들은 대미 투자 확대 계획을 통해 측면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 양국의 백신 협력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될 것”이라며 “어떤 형태가 될지는 현재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선 미국의 원천기술을 이전해 우리 기업이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방식과 미국으로부터 백신 완제품을 지원받은 뒤 이를 추후에 되갚는 백신 스와프 등을 총망라한 ‘한·미 백신 파트너십’을 선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히 백신 스와프의 경우 양해각서(MOU)가 체결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백신 스와프 MOU 체결은) 현재 논의 중인 사안”이라며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해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화이자를 조달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조달을 위해 문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동참과 대미 투자 확대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에 맞춰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이 40조원대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사실상 문 대통령의 투자보따리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백신과 반도체 협력을 계기로 반중 안보협의체 쿼드(Quad) 참여 문제가 자연스레 테이블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쿼드의 3대 협력 분야인 백신과 신기술, 기후변화에 부분적 참여가 논의될 수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완전히 조율된 대북정책 이행을 강조하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대북제재나 인권 등의 언급을 배제한 유화 메시지를 내놓을 전망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와의 첫 정상회담인 만큼 북한을 자극하거나 한·미 양국의 이견이 드러날 일은 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유엔 안보리 제재 이행이나 인권 등의 언급 없이 대북정책의 큰 방향성을 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 간 첫 성과인 싱가포르 합의의 계승과 대북 유화책으로 꼽히는 종전선언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외교로 해결하겠다고 했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의미 있는 조치를 할 경우 그에 따른 상응조치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발표도 나온 적이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회담 공동성명이나 기자회견에 이런 내용이 포함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북한이 핵고도화를 추진하고 이미 몇 차례 도발까지 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나서·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싱가포르 합의가 거론되더라도 합의를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것인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수준인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북정책 추진과 안보 부문에서의 한·미·일 공조가 필요하다는 기조는 이번 회담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 공군은 다음 달 2일부터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다국적 연합공군훈련 ‘레드플래그’ 훈련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이 훈련에는 일본 항공자위대도 참가할 예정이어서 한·미·일 3국 간 군사교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선 김성훈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