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나 화력발전소 등에서 연료를 연소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질소(NO₂) 노출이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처음으로 나왔다. 이산화질소에 장기간 노출되면 호흡기나 심혈관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도 확인된 만큼 도심의 이산화질소를 줄이기 위한 공중보건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국인 100만명 표본 코호트(동일집단) 자료를 바탕으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서울에 살면서 파킨슨병 발병 이력이 없는 40세 이상 7만8830명(평균 54.4세, 여성 52.1%)을 추린 뒤 2007년부터 이들의 대기오염 노출과 파킨슨병 신규 발생을 최장 9년간 추적했다.
개인의 대기오염 노출 정도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제공하는 25개 자치구의 대기오염물질 수치를 활용했다. 분석 대상 대기오염 물질은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PM10, PM2.5) 오존(O₃) 이산화황(SO₂) 일산화탄소(CO) 등 6가지였다.
연구 결과 추적기간 동안 파킨슨병을 새로 진단받은 사람은 338명이었다. 연령과 성별, 각종 질병값을 보정한 결과 이산화질소 노출이 많은 상위 25%의 파킨슨병 발생 위험은 이산화질소 노출이 적은 하위 25%군보다 41% 높았다. 이산화질소는 차량 통행이 많은 도심일수록 대기 중에 많이 섞여 있는데 서울은 세계 80개국 주요 도시 가운데 이산화탄소 대비 이산화질소 배출량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산화질소 외에 미세먼지, 오존, 이산화황, 일산화탄소는 파킨슨병 발생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산화질소가 파킨슨병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데 대해 “파킨슨병의 대표적 병인인 ‘알파-시뉴클린, 루이소체(신경세포 내 비정상적 단백질 집합체)’의 침착이 후각 신경부터 시작되는데, 코로 흡입된 이산화질소가 파킨슨병의 비운동성 증상인 후각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는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흔히 보이는 병리 소견인데, 뇌로 전달된 이산화질소가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등 뇌 신경세포가 사멸하면서 손떨림이나 경직, 보행장애와 함께 치매, 망상, 우울증, 잠꼬대 등 증상을 일으킨다. 고령일수록 발생 확률이 올라가는 질환이어서 세계적으로 노령인구 증가에 따라 환자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매년 12만명 이상이 진료받고 있으나 아직 완치법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정선주 교수는 18일 “이산화질소와 파킨슨병의 연관성이 처음 확인된 만큼 실정에 맞는 환경보건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JAMA)의 신경학 분야 저명 학술지(JAMA Neurology) 인터넷판에 ‘이달의 저널(Article of the Month)’로 게재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