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은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지지자 간 대결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비트코인 강세를 이끌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변심이 촉발한 일종의 미래 주도권 싸움이다.
비트코인과 도지코인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CNBC방송은 최근 전문가 자문을 통해 둘의 차이점을 분석 보도했다. 가장 결정적 차별성은 ‘희소성’이다. 비트코인은 총발행량이 2100만개로 유한 공급량을 지니고 있다. 반면 도지코인은 한계가 없다.
코인쉐어 최고전략책임자인 맬텀 데미로스는 “매일 1분마다 1만개 이상의 도지코인이 발행된다. 하루 거의 1500만개, 연간 50억개 이상”이라며 “무한 공급 양상이어서 결국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무제한 공급 가능성은 결국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데미로스는 “도지코인 투자자들은 단기적 거래에 나서는 경우가 많고, 비트코인은 좀 더 긴 투자 형태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CEO는 “비트코인은 12년간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매우 면밀하고 잘 배분된 방식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도지코인은 전체 발행량의 30% 이상을 두 명이 보유하고 있는 코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시장에는 매년 수백억 달러 이상이 생태계를 키우고 유지하는데 투자되고 있지만, 도지코인은 아직 그런 생태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분산형 디지털 통화’라는 목적성이 뚜렷해 인플레이션 헤지(회피)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도지코인은 이를 비꼬기 위해 탄생한 점도 차이점으로 꼽힌다. 머스크 역시 과거 “도지코인이 본질적으로 암호화폐를 비꼬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운명은 아이러니를 사랑한다”며 “가장 아이러니한 결과는 장난으로 시작한 화폐가 진짜 화폐가 되는 것”이라고 예찬했었다. 가상화폐를 추적하는 코인 데스크에 따르면 도지코인은 올해 9000% 이상 성장했다.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지지자 사이 대결이 격화하는 건 그만큼 가상화폐 시장이 폭풍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가상화폐 시장이 거칠어지면서 ‘누군가 다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전체 가상화폐 사기 피해액이 8000만 달러로, 사기 피해를 신고한 사람만 7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머스크 행세를 하면서 “가상화폐를 송금하면 몇 배로 돌려주겠다”는 식으로 투자자를 속이고 최소 200만 달러를 가로챈 일당도 있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