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전주성의 결투’ 골 가뭄에 단비 내릴까

입력 2021-05-19 04:05

고비에서 거둔 승리는 더 기쁘다. 앙숙을 누른다면 환희는 곱절이다. 프로축구 K리그1 우승후보인 현대가(家) 두 팀이 위기에서 만났다. 서로가 닮은꼴 어려움을 겪는 와중이라 패배의 고통과 승리의 기쁨 모두 평소보다 클 수밖에 없다.

K리그1 1위 전북 현대와 2위 울산 현대는 19일 오후 7시 전북 홈구장인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의 애칭)에서 2021 하나원큐 K리그1 17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전북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가장 최근 치른 지난 9일 수원 삼성과 홈경기에서 졸전 끝에 1대 3으로 지며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울산도 지난 16일 수원전에서 고전 끝에 1대 1로 비겼다. 양 팀 모두 최근 5경기에서 1승밖에 거두지 못한 상태다.

누가 얼마나 넣을까

최근 양 팀의 고민은 모두 골이다. 울산은 이번 시즌 12개 팀 중 가장 많은 슈팅 202개를 퍼부었지만 골로 연결된 건 21골이었다. 전북은 슈팅 133개에 리그 최다 득점인 26골을 넣으며 효율적인 공격을 했으나 최근 5경기에선 4골을 넣는 데 그쳤다. 양팀은 울산에서 열린 지난 4월 21일 대결에서도 득점 없이 무승부를 거뒀다.

울산은 김인성과 이동준 등 측면 공격수들이 시즌 초 힘을 발휘했으나 최근 주춤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17일 화상 미디어데이에서 “우리 양 측면 선수들이 스피드가 좋다는 강점이 있지만 상대에게 전략적으로 간파당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골을 넣으려면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 솔직히 준비할 시간이 많지는 않고 어떤 선수가 조화를 이루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지나치게 완벽하게 만들어가는 축구보다 선 굵은 공격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올 시즌 아기자기한 축구를 많이 했다”면서 “(페널티박스) 밖에서 중거리 등 과감한 슛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휴식기에 그런 요구를 많이 했고 전술 준비도 했다”고 설명했다.

양팀 감독은 서로 공격적인 자세로 임할 것이라 공언했다. 홍 감독은 지난 4월 대결이 무득점 무승부로 끝난 걸 언급하며 “전북이 (지난 대결처럼) 내려앉는 형태로 수비하지 않는다면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도발했다. 김 감독은 “사실 그런 면이 있었다”고 시인하며 웃은 뒤 “1·2위 팀 간 맞대결이니 꽁무니 빼지 않고 좋은 축구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강팀 잡는 홍명보 vs 승리 익숙 김상식

수년째 우승을 다투는 양팀이지만 최근 상대전적을 보면 울산이 명백한 ‘언더독’이다. 울산이 전북을 마지막으로 이긴 건 2019년 5월 12일 홈에서 거둔 2대 1 승리가 마지막이다. 이번 경기와 같은 원정길 승리는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8월 6일 이종호(현 전남 드래곤즈)의 결승골로 신승한 게 울산이 전주 원정길에서 이긴 마지막 경기다. 울산이 매번 우승경쟁에서 미끄러진 건 이처럼 맞대결에서 절대적 열세였던 영향이 컸다.

울산으로서는 지휘관인 홍 감독의 노하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상대적 약체인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잉글랜드 등 정상급 강호를 연파하며 한국축구 역사상 최고 성적인 동메달을 땄다.

홍 감독은 “(올림픽 같은) 단발성 대회와 리그는 다른 면이 있지만 전북 같은 강한 상대를 맞아선 어떤 동기부여를 할지가 가장 중요하다. 동기부여를 강하게 하느냐, 부드럽게 하느냐를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전북의 우세를 지키는 게 숙제다. 코치로서 오랜 시간 전북의 승리에 함께해온 만큼 ‘하던 걸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김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선 기싸움에 밀리면 안 된다. 리바운드나 몸싸움 하나가 승부처가 되고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보경 창의성 vs 이동준 파괴력


큰 경기일수록 ‘스타 플레이어’의 역할은 중요하다. 전북은 올 시즌 중원 지휘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김보경이 특유의 천재성을 발휘해 종종 위기를 극복했다. 박찬우 해설위원은 “전북에선 김보경의 폼이 어떨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잘해준다면 공격적으로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중앙에서 상대 수비를 헤집고 좋은 패스를 줄 선수가 있다면 전북에 수월한 경기가 된다. 쿠니모토의 활약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가장 이름값 높은 선수 역시 EPL 출신인 이청용이다. 다만 지난 라운드에 부상에서 돌아와 교체투입됐기에 몸상태가 완전한지 확실치 않다. 박 위원은 “이청용의 지난 경기 활약이 괜찮았지만 홍 감독이 어떻게 활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측면 자원인 이동준의 활약도 중요하다. 이동준이 시즌 초처럼 활발하게 공간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북은 일류첸코라는 좋은 중앙 공격 자원이 있지만 울산은 김지현이나 힌터제어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동준 같은) 측면 자원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