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의 청보리밭 위로 지난 10일 무인 멀티콥터(드론) 한 대가 떠올랐다. 허공에 한동안 머물던 드론은 잠시 후 밑부분 노즐을 통해 강한 힘으로 액체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농약을 뿌리는 시험비행이 시작된 것이었다. 초속 4m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드론은 10분 정도면 1ha 면적에 농약이나 비료 살포를 완료한다.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에 허덕이는 농촌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경남 충남 전남 등 각지에서 스마트 디지털 농업의 일환인 드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농업용 드론의 효율은 여러 면에서 사람을 능가한다. 사람이 농약을 살포할 때는 안전을 위해 1대 1000 비율로 물에 희석해 뿌려야 하는데, 드론은 1대 8 비율로 섞으면 된다. 농부를 보호하면서 진한 농도의 약제를 고르게 뿌릴 수 있어 벼멸구 등 병충해 박멸에 더 효과적이다. 파종하거나 비료를 살포할 때도 더 빠르게 더 정확한 양을 뿌린다.
하늘에 떠서 작업하기에 방역을 위해서도 좋다. 드론을 이용하면 AI(조류인플루엔자)나 ASF(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매개체가 되는 사람과 차량의 이동 없이 작업할 수 있다. 소나무재선충이 번지는 숲처럼 접근하기 힘든 지역도 직접 카메라로 현장을 보며 GPS를 이용해 살포 면적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사람 수십 명이 하던 일을 조종사와 부조종사로 이뤄진 드론 조종팀이 대체하는 것이다.
농업용 드론을 제작하는 무성항공 정해역 이사는 “농촌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어 드론의 쓰임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이 농가 생산성과 노동 효율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산=사진·글 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