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법무부 장관들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내용이 공개된 것을 ‘불법 유출’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공인에 대한 공소장 공개를 금지하는 법무부 방침이 오히려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7일 공소장 유출 의혹을 겨냥해 “개인정보 및 수사기밀과 같은 보호 법익이 침해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장관도 “검찰이 검찰 개혁을 조롱한 것”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한 시민단체는 공소장이 의도적으로 유출됐다며 신원미상의 검찰 관계자를 고발했다.
법무부 등은 검찰 공소장이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유출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조국 전 장관의 수사외압 관여 의혹이 공소장에 드러나자 유출을 문제 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애초 공소장의 국회 송부를 금지한 법무부 방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공소장은 통상 법원 1회 공판기일 때 검찰 낭독을 통해 법정에서 공개된다. 기존에는 주요 사건의 경우 국회 요청에 따라 법무부가 공판 전에도 공소장을 국회에 송부해 왔다. 하지만 2019년 12월 조 전 장관이 추진했던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공소장 공개금지 규정이 마련됐다.
해당 규정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서 처음 적용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및 참여연대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어차피 재판에서 공개될 사안이니 국민들이 직접 판단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었다. 국회 증언·감정법상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명백하지 않다면 국가기관은 국회 제출 요청에 응해야 한다.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법무부 훈령이 법에 상충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한동훈 검사장은 해당 훈령에 대해 “국민은 나중에 알아도 된다는 뜻은 우리만 먼저 알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소장 공개는 검찰 개혁의 근거가 된 피의사실공표죄와도 무관하다. 피의사실공표죄는 피의사실을 기소 전 공표하는 죄로 규정된다. 기소 후 공소장 공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공소장 공개가 공무상 비밀누설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앞서 법원은 감사원 감사관이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실태 관련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한 행위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었다. 비밀누설로 국가기능이 위협받는다는 점이 인정돼야 공무상 비밀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공판 개정 전 소송 서류의 비공개 규정이 있지만 공익상 필요한 경우는 예외로 둔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공소장 공개 자체에 뚜렷한 위법성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도 기소 당일 법무부 홈페이지에 공소장이 공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상 명확하게 금지돼 있지 않으면 공소장 공개가 허용되는 게 맞는 것”이라며 “공인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중요시하는 것이 선진국에서도 확고한 판례”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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