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중증 이상반응을 겪었으나 근거 자료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보상을 받지 못한 6명에게 의료비가 지원된다. 정부는 의료비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접종을 독려하면서도 접종자의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상반응의 인과성을 입증할 근거가 불충분해 기존 보상에서 제외됐던 중증 환자들에게 17일부터 의료비 일부를 소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국내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기준은 접종과 이상반응의 인과성에 따라 총 다섯 단계로 나뉜다. 이들 중 인과성이 명백하거나 개연성,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피해보상 대상이다. 이날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이 심의한 사망·중증 사례 198건 중 인과성이 인정된 경우는 2건에 그쳤다. 백신과 특정 이상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치 않은 사례는 보상에서 제외됐으나 이날부터 1인당 최대 100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받는다.
방역 당국은 앞서 11차례의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를 거치며 모두 5명에게 ‘인과성 근거 불충분’ 판정을 내렸다. 사지마비 증세를 호소하다가 급성파종성뇌척수염(ADEM) 진단을 받은 40대 간호조무사를 비롯해 길랭바레증후군 2명, 전신염증반응증후군 1명, 심부정맥혈전증 1명으로 전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였다. 여기에 가장 최근에 열린 12차 피해조사반 회의에서 급성 심근염 1건이 추가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예방접종과 사인의 인과성을 인정할 근거는 없지만, 대상자의 기저질환이나 최근 상태가 심근염을 유발할 근거 또한 명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료비 지원 계획을 밝히며 고위험군 예방접종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예방접종 시행 직전인 지난 2월엔 요양병원·시설 16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으나 지난 4월엔 6곳에서만 나왔다는 것이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도 성남의 한 요양병원 사례도 언급됐다. 이 병원에서는 지난 8일 이후 미접종자 11명이 확진되는 동안 접종자는 단 한 명도 확진되지 않았다.
다만 현 시점에서 접종자에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노 마스크’를 허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 본부장은 “미국은 전 국민의 9.9%가 확진돼 자연면역을 얻었고 1차 접종률도 46%”라며 “바로 국내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1차 접종률은 17일 0시 기준 7.3%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단면역의 최소 기준인 70% 접종률을 달성해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것”이라며 “CDC가 정무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향후 접종 여부에 따라 해외 입국자의 격리를 면제할 때 세계보건기구(WHO)가 승인한 제품을 기준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날 기준 WHO 승인 제품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시노팜 5종이다. 다만 아직 상대국에서 접종한 사실을 인증할 수단이 부족해 추가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