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여섯 주인공이 시리즈가 종영된 지 17년 만에 다시 뭉친다. 프렌즈 방영 이후에 태어난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에게서도 프렌즈가 인기를 모으면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HBO맥스는 ‘프렌즈 더 리유니온(재결합)’이 오는 27일 공개된다고 최근 밝혔다. 이 프로는 지난해 프렌즈 25주년을 기념해 기획했지만 코로나 19로 1년 연기됐다.
레이첼 역할을 맡았던 할리우드 스타 제니퍼 애니스톤은 소셜미디어에 “이것보다 더 신나는 소식이 있을 수 있나요”라고 전했다. 커트니 콕스도 ‘엘렌 드제너러스쇼’에 출연해 여섯 배우의 만남을 회고하며 “믿기 어려웠고 감동적이었다. 우리가 모두 무대에 선 것은 17년 만에 처음”이라며 “정말 특별하고 놀라운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쇼의 게스트로 방탄소년단(BTS)과 영국의 전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 가수 저스틴 비버 등 유명인들도 다수 출연할 예정이다. 원어민들과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BTS의 리더 RM(김남준)은 프렌즈를 보며 독학으로 영어를 배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방영된 ‘프렌즈’는 미국 역사상 가장 흥행한 시트콤 중 하나다.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레이첼과 로스(데이비드 슈위머) 모니카(코트니 콕스) 조이(맷 르블랑) 챈들러(매튜 페리) 피비(리사 쿠드로) 등 6명 청춘 남녀의 삶과 사랑, 성장을 담았다. 미국식 농담을 최소화하고 보편적 상황에서 코미디를 꾀했기에 전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었다. 2004년 5월 6일 마지막 회 방영 당시 공식 통계상으로 5250만명이 시청했다. 집단 계약을 한 여섯 배우의 마지막 두 시즌 동안 출연료는 회당 약 11억원에 달했다. 이 시트콤을 통해 주연 배우들은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종영 이후 17년이 흘렀지만, 제작과 배급을 맡은 워너브라더스는 프렌즈로만 연간 10억달러(1조원)의 재방송 수익을 올리고 있다. OTT 업체 넷플릭스도 2019년 프렌즈의 스트리밍을 1년 연장하기 위해 1억달러를 투자했다. 프렌즈는 2019년 넷플릭스에서만 326억분 동안 재생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두 번째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 올랐다.
프렌즈 신드롬이 이어지는 건 세대를 뛰어넘는 인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프렌즈 인기의 원동력을 MZ세대에서 찾는다. MZ세대는 프렌즈를 보면서 웃고 위안을 받는다. 사회 초년생인 프렌즈의 여섯 친구는 MZ세대처럼 어떻게 세상을 살지 고민하고 항상 서로를 지켜준다.
미국 차일드와이즈 모니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에서 프렌즈가 스트리밍된 이후 미국 16세 이하의 아이들의 팬덤이 시작됐다. 프렌즈 종영 후 태어난 레이시 로버트(17)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여섯 친구가 가까워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즐거운 일”이라고, 영국 런던에 사는 앤드루 리스(16)는 “미국문화를 간접 경험하면서 어른들의 삶이 어떨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프렌즈 리유니온’에서 시트콤 프렌즈 속 여섯 캐릭터를 그대로 만나기는 어렵다. HBO맥스는 “대본 없는 에피소드다. 배우들이 프렌즈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