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기후변화가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부각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규정하고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산업계 역시 기존 화석연료 대신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연료로 전환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런 흐름은 친환경 연료의 하나인 수소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우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H2KOREA) 회장은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과 오는 11월 미국 글렌데일에서 열리는 기후정상회담에서 수소가 비중 있게 다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H2KOREA 회의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서의 수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역임한 문 회장은 ‘에너지통’으로 꼽히는 전문가다. 문 회장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수소가 보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수소에 대한 각국의 관심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 30여개국의 수소 전략 발표에서도 엿볼 수 있다. 문 회장은 “미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수소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며 “기업이 앞장서서 투자 계획을 내놓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SK 등 대기업들은 2030년까지 모두 43조여원에 달하는 수소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문 회장은 “100% 친환경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RE100’이나 환경을 중시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 가치의 중심에 서고 있다”며 “에너지 문제를 고민하지 않으면 상품을 팔 수 없게 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나 드론, 선박 등 모빌리티 분야 외에도 수소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이유라고 꼽았다. 문 회장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분야 중 하나가 산업 공정”이라고 운을 뗐다. 문 회장은 “특히 철강의 경우 공정에서 석탄, 즉 ‘코크스’를 쓸 수밖에 없다 보니 한국 탄소 배출량의 13% 정도가 철강업계에서 나온다”며 “그런데 코크스 대신 소수를 쓰는 ‘수소환원제철공정’을 활용하면 탄소 배출을 0로 만들 수 있다. 얼마 전 포스코가 대규모 수소투자계획을 내놓은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수소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선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다뤄 볼 주제라는 것이다. 문 회장은 “미국은 수소연료전지나 생산 등 원천 기술에 강점이 있고 한국은 상용차나 트럭 등 실용화 기술에 강점이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양국이 협력할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차원에서 양국 간 장관급 협의체 등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대선 이후 수소경제 정책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문 회장은 “수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각국이 수소를 하겠다는데 한국만 안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치적 우려는 기우”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