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스크’에 놀아난 코인판… 때리고 띄우고 “시세조종” 비판

입력 2021-05-18 00:02

‘Indeed(정말)’ 한 단어가 반나절도 안 돼 가상화폐(암호화폐) 가치 수백조원을 증발시켰다. 자신을 ‘테슬라의 테크노킹, 화성의 지배자’로 소개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 트위터 이용자에게 남긴 답글 위력이다.

자신을 가상화폐 분석가로 소개한 트위터 유저 ‘미스터 웨일’은 17일 오전 2시28분(현지시간)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 테슬라가 비트코인 보유분을 처분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자책할 것”이라는 글을 썼다. 오전 3시38분 머스크가 등장해 위의 발언을 올렸다.

머스크 답글 전 4만6749.57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9시간여 만에 4만2212.56달러로 10% 가까이 폭락했다. 지난 12일 비트코인 결제 중단 선언으로 가상화폐 시장 폭락을 주도한 지 5일 만이다. 오후 2시56분 “비트코인 안 팔았다”는 트윗 이후엔 4만5000달러를 회복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머스크를 ‘배신자’ ‘사기꾼’으로 부르며 분노하고 있지만 시장은 그의 다음 행보를 예측하려고 분주하다.

머스크의 말과 행위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그가 트위터나 인터뷰 때 한 말을 시간순으로 살펴보면 어느 정도 유의미한 흐름이 있다. 혁신의 아이콘인 만큼 머스크는 2019년 초까지는 가상화폐의 원조로 불리는 비트코인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좋은 평가를 내렸다. 그러다 올해 초까지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비트코인을 평가절하하고 도지코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머스크는 가상화폐 가치 1차 급등기로 꼽히는 2017~2018년에만 해도 비트코인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2017년 11월 28일 트위터에 “친구에게 비트코인을 받은 적은 있지만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2차 급등기부터 머스크의 위상은 치솟았다. 여러 가상화폐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머스크는 “비트코인 초창기부터 보유해온 사람들은 노벨상을 수상할 자격이 있다”(2019년 2월 21일 트위터) “도지코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상화폐”(2019년 4월 2일 트위터) 등의 글을 남기며 관심을 보였다.


본격적인 ‘플레이어’로 나선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지난해 12월 20일 머스크가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CEO와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 대화를 나눈 사실이 공개됐다. 머스크는 대규모 거래가 가능한지 물었고, 세일러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주주들에게 1000억 달러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권했다. 그러나 머스크가 당일 올린 트윗은 “비트코인은 명목화폐만큼 쓸모없다”였다.

이 발언이 진심이 아니었음이 밝혀진 건 불과 50일이 지난 뒤였다. 지난 2월 8일 테슬라가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2020년도 연례보고서’가 공개됐는데, 여기에는 “2021년 1월, 현금 수익을 다양화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 정책을 업데이트했다. 15억 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며 “가까운 장래에 당사 제품에 대한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머스크는 1주일 전 클럽하우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고 밑밥도 깔아놨다.

시장은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2월 1일 3만3000달러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일주일 만에 3만8000달러로 올랐고,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 보도 2주 만에 5만4000달러를 돌파했다.

현재는 도지코인에 경도된 모습이다. 테슬라가 지난달 26일 1분기 재무제표를 공개하며 비트코인을 매각했다고 발표하자 머스크에겐 즉각 배신자 비판이 나왔다. 그는 또 지난 12일 돌연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구매 결제를 잠정 중단한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반면 도지코인을 띄우고 시세조종에 나서는 듯한 발언은 지속하고 있다. CNBC 방송은 “머스크가 최근 비트코인 때리기와 도지코인 띄우기로 시세조종을 한다는 비판이 가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벤처캐피털업체 유니언스퀘어벤처스를 창립한 프레드 윌슨은 “머스크가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