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사는 5년차 직장인 A씨(32·여)는 1년 6개월 전 반려견 ‘비숑’을 분양받았다. 고향을 떠나 독립하면서부터 반려견 입양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꽤 시간이 흐른 뒤에나 입양을 결심했다. A씨는 “반쯤은 충동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유가 있다. 막상 혼자 살아보니 직장에 가 있는 낮 시간대에 반려견을 혼자 둬도 괜찮은지 고민됐기 때문이다. 그런 A씨를 ‘충동’으로 몰아붙인 것은 개인적으로 겪은 힘든 일이었다.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입양을 결심한 것이다. A씨는 “엄청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독특한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도시에 거주하는 이들일수록 반려견을 키우는 것을 선호한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전체 등록 반려견의 과반이 몰려 있다. 인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시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영향도 적지 않아 보인다. 반려견 등 반려동물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으려는 이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17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등록된 반려견은 모두 232만1701마리다. 이 중 128만5607마리(55.4%)가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 지자체에 등록돼 있다. 도심이라 할 수 있는 수도권에 절반 이상의 등록 반려견이 몰려 있는 것이다. 통계상으로 잡히지 않는 반려묘를 포함하면 이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 확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의 1인 가구(614만8000가구) 중 47.0%인 288만9000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A씨 사례처럼 일자리 때문에 홀로 도시에 거주하는 이들이 반려견 등 반려동물을 분양받는 일이 늘어난 거 아니냐는 분석이 따라붙는다.
다만 반려인구 증가 속도에 비해 제반 시설 확충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A씨는 “외국과 달리 한국 공원은 반려견용 펜스 등 강아지 운동장을 찾아 볼 수 없다. 반려견을 위한 이런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