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홀로 어르신’ 찾아온 희망상자 든 청년들

입력 2021-05-18 03:01 수정 2021-05-18 16:08
대전 예뜰순복음교회 청년부 회장 진선미씨가 대전 중구 한 아파트에 홀로 거주하는 신춘심 할머니 집을 방문해 희망상자를 전달하고 있다. 대전=신석현 인턴기자

홀로 사는 신춘심(85)씨 집에 오랜만에 손님이 찾아왔다. 집 근처 대전 예뜰순복음교회 청년들이었다. 웃으며 인사하는 청년들 손에는 ‘희망상자’라고 적힌 커다란 박스 하나가 들려 있었다. 낯설 법도 한데 신씨는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지난 12일 대전 중구 자택에서 만난 신씨는 이날 온 청년들이 4개월 만에 만난 바깥사람이라고 했다. 매일 요양보호사가 방문하지만 그를 제외하곤 이렇게 찾아오는 이가 극히 드물다고 했다. 신씨는 “남편과는 사별했고 딸은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며 “2015년 다리골절로 수술을 받고 난 뒤부턴 이동도 불편해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주뻘 되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맙다”는 말을 거듭했다.

예뜰순복음교회 청년부 회장 진선미(33)씨와 이동원(30)씨는 국제구호개발 NGO단체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진행한 ‘희망상자 나눔 캠페인’의 일환으로 신씨 집을 찾았다. 희망상자 캠페인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지역 주민들에게 실생활에 필요한 식료품과 의약품, 생필품 등을 담아 전달하는 운동이다. 상자 하나당 5만원을 기부하면 기아대책이 여기에 5만~10만원 상당의 후원 물품을 추가해 전달한다.

진씨는 “지역 사회 섬기는 방법 등을 고민하다 희망상자를 알게 됐다”며 “청년부 안에서 모금운동을 벌여 172만원을 모았다. 모두 30가정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부가 모여서 희망상자 포장 작업을 함께했고 직접 배송도 했다”며 “분주한 가운데 이웃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신씨는 청년들이 가져온 희망상자를 풀어 보며 “꼭 필요한 것들이 다 있다”고 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월 50만원 정도 받는데, 월세 병원비 등을 내고 나면 10만원 정도가 남는다. 이걸로 한 달을 산다”면서 “이렇게 잊지 않고 도움을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기아대책에 따르면 신씨를 마지막으로 끝난 이번 희망상자 나눔 캠페인을 통해 1만5826개 희망상자가 만들어졌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30억원 상당이다. 273개 교회 및 단체가 참여했고, 지자체 등과 연계해 지역 곳곳에 이웃 사랑을 나눴다. 기아대책은 신씨를 비롯한 94개 지역 어려운 이웃들이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기아대책 관계자는 “처음 목표했던 1만개에서 150% 초과한 희망상자를 전국 위기 가정에 전하며 여전히 한국교회에 예수님의 뜨거운 사랑이 함께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목포시청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통해 희망상자를 받은 A씨는 “가장으로 혼자 지내면서 여러모로 힘들었는데 희망상자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생활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희망상자 덕에 기분 좋은 봄맞이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대전=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