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피해자를 꾀려고 시도하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범들의 목소리를 담은 미공개 음성파일 17건을 이달 들어 새롭게 공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 중 15건을 차지하는 ‘사칭형’ 사기는 잘 짜인 각본과 역할 분담, 세련된 언어 구사가 특징이다. 사기범들은 실제 수사관인 것처럼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구체적 사실관계를 늘어놓는다. 자칭 수사관이 ‘밑밥’을 깔고 나면 다른 사람이 전화해 검사나 경찰 행세를 하는 식으로 역할극을 한다.
보이스피싱범이 연변 조선족 말투나 지방 사투리를 쓰는 남성이라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다. 요즘은 대부분 표준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말투만으로는 낌새를 알아채기 어렵다. 여성 사기범도 등장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공개한 사기범은 연변 말투의 어눌한 남성 목소리가 아닌 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이용해 피해자의 불안감과 의심을 해소한다”며 “또 낮은 톤의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로 서울 표준어를 사용하고 전문용어 등을 섞어가며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음성파일은 금감원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및 신고 사이트 ‘보이스피싱 지킴이’(phishing-keeper.fss.or.kr)의 ‘보이스피싱 체험관’에서 들을 수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