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린다는 건 단지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불편함에서 끝나지 않는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세상에 혼자 남은 듯한 고립감과 우울증, 극단적 선택 충동으로 이어지거나 기억력 저하, 치매까지 부를 수 있다. 난청을 더 이상 개인이 아닌 사회, 국가적 문제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고령화 추세 속에 난청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17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내 성인 난청 유병자는 약 1300만명으로 추산된다. 대한이과학회가 2010~2012년 시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5년 산출한 19세 이상의 경도 난청 유병률은 20.5%, 중도 이상 난청은 9.2%였다. 이를 현재 성인 인구(4400만명)로 환산하면 경도 난청인은 약 900만명, 중도 이상 난청인은 400만명에 달한다.
속귀 청각기관의 퇴화나 손상으로 생기는 노화성 난청의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아울러 작업장이나 군대에서의 지속적 소음 노출, 이어폰 등 개인 음향기기의 과다 사용에 따른 젊은 난청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매년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도 줄지 않고 있다.
최근 10년간(2009~2018년) 난청 진료 인원은 연평균 5.3%, 진료비용은 매년 9.5%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노인회 노인지원재단 탁여송 사무처장은 “고령화가 가속될수록 난청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026년 노인 인구가 21.6%에 달해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난청 및 청각관리 정책은 겉돌거나 미흡하다. 청각장애인의 보청기 구입 비용 일부 급여화, 신생아난청선별검사 건강보험 적용이 지원의 전부다. 더구나 보청기 급여 지원이 되는 청각장애인 등록은 중고도 이상 난청인에게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져 지난해 기준 39만5000여명에 불과하다. 청각재활을 위해 보청기가 꼭 필요한 중도 이상 난청인(400만명)의 약 10%만이 청각장애 진단을 받는 셈이다.
상당수 난청인은 자비로 비싼 보청기를 구입하거나 경제적 여건이 안 되는 이들은 방치된 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7년 세계보건총회에서 난청을 국가 주도로 해결할 과제로 규정하고 조기 발견과 치료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각국에 권고했다. 이경원 한림국제대학원대 청각언어치료학 교수는 “한국은 고령화 비율과 속도가 어느 나라보다 높은 만큼 난청의 증가세 또한 빠르다”면서 “난청인의 의사소통 능력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보청기 지원 확대 등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난청, 늦기 전에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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