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고온다습한 계절이 오면 반려동물 가정에선 치명적인 모기 매개 질병, 심장사상충에 대한 걱정이 커집니다. 심장사상충은 잠복기가 길고 증상이 맨눈으로 보일 정도면 이미 중증에 이르러 치료가 까다롭죠. 따라서 미리 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심장사상충을 앓는 반려동물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감염 여부를 매년 검사하고 매달 구충약을 챙겨야 할 지경입니다. 미국에서는 1974년 과학자와 수의사 등이 모여 심장사상충 예방 및 치료 정보를 무료로 전파하는 미 심장사상충협회(American Heartworm Society, AHS)를 설립했습니다. AHS의 심장사상충 대응 가이드라인을 소개합니다.
모기 통한 감염… 혈관 막아 생명 위협
심장사상충은 매개 곤충인 모기가 번식하는 대부분 지역에서 발견됩니다. 길이 10~30cm의 가늘고 투명한 기생충이며, 개·고양이·페럿 등 반려동물의 혈액 속에 유충을 낳습니다. 이렇게 오염된 혈액을 섭취한 모기를 통해 이곳저곳 퍼집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심장사상충은 L1~L6의 6단계 성장 과정을 거칩니다. 모기 체내에서 L1부터 L3까지 약 1개월 성장한 뒤 L3부터 동물 체내로 침투합니다. 개, 고양이 등의 몸에서 6개월쯤 자란 뒤 폐동맥 혹은 심장으로 몰려들어 유충을 낳기 시작하죠. 개의 몸에서 5~7년, 고양이 몸에서 2~3년간 생존합니다.
심장사상충이 무서운 점은 6개월에 달하는 오랜 잠복기에 있습니다. 감염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대량 번식하면서 체중 감소, 빈혈, 호흡곤란, 기침, 피로감 등을 유발합니다. 점차 혈관을 막아 심장, 폐, 간 등에 고통을 유발하며 생명을 위협합니다. 따라서 평상시 반려동물의 진단검사, 예방약 주사, 구충제 복용 등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매달 구충약, 매년 정기검사 권해
심장사상충은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입니다. 널리 쓰이는 치료제 이미티사이드(Immiticide)는 비소계열로 독성이 강해 큰 후유증을 남깁니다. 이런 이유로 AHS는 1개월마다 구충약 섭취, 1년마다 혈액키트 검사를 권장하죠. 번거로워도 동물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건 반려동물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구충약을 매달 먹는 이유는 뭘까요. 심장사상충은 본래 추위에 약합니다. 유충이 L1에서 L3까지 자라려면 최소 1개월간 18도 이상의 외부기온을 유지해야 합니다. 게다가 매개체인 모기는 겨울에 활동하지 않죠.
그러나 방심은 금물입니다. 난방 시설이 가동되는 실내 환경에서는 1년 365일 감염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AHS는 “계절과 무관하게 매달 구충제를 먹여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매년 검진 검사를 권하는 이유는 뭘까요. 혈액키트 검사에서 심장사상충이 감지되는 건 성충에 가까운 감염 5~6개월 이후입니다. 성충 마릿수가 4마리 이하일 경우 검사 정확도가 50%까지 떨어진다는 연구 사례도 있지요. 유충의 성장과 번식이 진행된 1년 시점에 검진 정확도가 높습니다. 한두 방울의 혈액으로 5분 만에 결과를 확인하는 간단한 검사이므로, 부담 없이 동물병원을 방문하길 바랍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