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인’ 버텼다 깡통 찰라… 1년간 74종목 휴짓조각

입력 2021-05-17 00:02

암호화폐로 기록적인 수익률을 낸 ‘존버(버티기)’ 신화가 입길에 오르내리지만 그만큼 쥐도새도 모르게 상장 폐지된 종목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최근 1년간 사라진 종목이 상장 종목 4개 중 1개꼴이었다. 대박 신화를 노리고 암호화폐에 무턱대고 ‘장투(장기투자)’했다간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16일 4대 거래소에 따르면 1년간 상장 폐지된 암호화폐는 총 76개였다. 업비트가 49개로 가장 많았고 빗썸(19개), 코인원(5개), 코빗(3개) 순이었다. 같은 기간 신규로 상장된 암호화폐는 280개였다. 새로 상장된 암호화폐 4개 중 1개는 1년도 채 버티지 못한 채 청산된 것이다.

상장폐지는 통상 정보 공시나 향후 개발 계획, 사업 지속성 등이 불투명할 때 거래소가 ‘유의 종목 지정’을 하며 시작된다. 종목을 발행하는 쪽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답변에 임하거나 잠적하는 경우 검토를 거쳐 상장 폐지가 확정된다.

그래서 통상 특정 암호화폐가 유의 종목으로 지정되면 투자자의 투매가 이어지고 시세가 급락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가 시세 급등락을 노리며 혼란을 조장하기도 한다. ‘시린토큰’의 경우 지난 3월 31일 업비트에서 상장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그 이틀 전인 29일 63% 급등했다 하루 만에 30% 이상 급락했다. 이를 모르는 일반 투자자들이 뛰어들었다가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

법적인 부재를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를) 일단 상장하면 폐지가 되더라도 개발자에게 법적 책임이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그러다보니 이들이 상장 당시 그럴듯한 사업을 명분으로 내세우다가 이를 바꾸거나 포기하더라도 제재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상폐가 됐다고 해서 코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형태로 투자자의 개인 지갑에 남는다. 다만 원화나 달러 등 법정 화폐로 환전할 수 없기에 가치가 사실상 사라져버리게 된다. 암호화폐 자체 입·출금 지원마저 종료된다면 해당 암호화폐가 거래되는 다른 거래소로 옮기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관련 커뮤니티에 “암호화폐 여러 종목에 목돈을 넣고, 자주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거래소 앱을 삭제했다”며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몇 달 뒤 열어보니 거의 모든 종목이 상폐돼 투자금이 사라졌다”고 호소했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전반적인 하락장까지 겹치며 투기 과열도 진정되는 모습이다. 이날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국내 14개 거래소의 24시간 거래대금 증가폭은 전달과 비교할 때 73.3%(약 6조8700억원)감소했다.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 유행에 힙임어 거래대금 자체는 12%(약 2조5000억원)늘었지만 증가폭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