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 달로 예정돼 있던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참가를 끝내 거절했다. 20개월 만의 남북전이 무산됐다는 아쉬움뿐 아니라 과거 남북 대치 때마다 숨통을 터주던 스포츠 교류마저 단절됐다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 국가대표팀의 본선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 역시 확언할 수 없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6일 북한 축구협회가 2022년 카타르월드컵, 2023년 아시안컵 예선에 불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북한 측은 지난달 30일 AFC에 불참 의사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 협회 관계자는 “방법이나 횟수는 확인되지 않지만 그간 AFC가 북한에 재고 요청을 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북 축구 남자대표팀 간 경기는 2019년 10월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무관중·무중계로 열린 월드컵·아시안컵 예선 원정경기가 마지막이다. 역사상 두 번째로 평양에서 진행된 당시 남북전에서 양 팀은 0대 0 무승부를 거뒀다. 남한에서 남북전이 열린 건 2009년 열린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이 마지막이었다. 당시에는 한국이 1대 0 승리했다.
예정대로 다음 달 2차 예선 경기가 진행됐다면 통산 18번째, 남한에서 개최된 역대 5번째 남북전이 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경평대항축구전 등 유서 깊은 남북 간 축구 교류 역사를 감안하면 이번 대결이 무산된 아쉬움은 더욱 크다. 북한은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에도 코로나19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남북이 포함된 예선 H조 승점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AFC가 결정한다. 북한이 같은 조의 한국 투르크메니스탄 레바논과 치른 5경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다음 대회 진출권은 어떻게 나눠줄지가 관건이다. 기존 규칙대로라면 4개 팀 중 조 2위까지 월드컵 3차 예선 진출권과 아시안컵 본선·예선 진출권이 주어져야 한다.
한국은 다른 팀보다 1경기가 적은 4경기를 치른 상태에서 투르크메니스탄에 승점 1점차로 뒤져있다. 3위 레바논과는 승점이 같다. 만일 FIFA와 AFC가 북한이 치렀거나 치를 예정인 경기를 몰수패 처리하거나 아예 없던 경기로 돌린 상태에서 똑같이 조 2위까지 진출권을 준다면 일견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FIFA와 AFC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협회 관계자는 “이전까지 북한 불참 시 우리가 유리해진다고 했던 예상들은 말 그대로 예상일 뿐”이라며 “전례도 딱히 없기 때문에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조나 팀과 형평성 문제가 있으므로 몰수패나 없던 경기로 돌리는 것도 애매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대표팀 경기 기간인 다음 달 3·11·15일에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 레바논과 남은 H조 경기를 치른다.
협회로서도 남북전 무산으로 피해가 예상된다. 협회는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이래 대표팀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했다. 각고 끝에 성사시킨 유럽 원정 평가전과 원정 한·일전을 치렀으나 각각 코로나19 집단 확진 사태와 대패로 결과가 좋지 못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일로 금전적으로 얼마만큼 손해가 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중계권을 판매하기로 계약이 이뤄진 상황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