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2호 홈런으로 날 끝을 세운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창’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무패 행진을 벌이는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방패’를 뚫어낼까.
17일 오전 8시8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승부는 올해 첫 번째 ‘코리안리거’ 투·타 맞대결이 예고된 경기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 제3선발인 등판 순서에 따라, 김하성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샌디에이고 내야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부재로 당분간 주전을 확보하면서 이 경기에 선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은 솔로 홈런으로 ‘화력 시위’를 펼쳐 김광현을 압박했다.
김하성의 타석은 김광현을 상대로 2차례가량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올봄 허리 통증에 시달려 부상자 명단에서 정규리그를 출발한 김광현은 지금까지 경기당 평균 4⅔이닝(5경기 23이닝)을 소화했다. 6~7이닝 투구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팀당 162경기씩을 치러야 하는 페넌트레이스를 고려할 때 시즌 초반부터 과하게 힘을 뺄 이유가 없다. 가장 최근 선발 등판한 지난 12일 밀워키 브루어스 원정경기에서는 5⅓이닝(5피안타 1실점)을 책임졌다.
김하성의 타순은 대체로 7~8번에 배정된다. 대량 득점하지 않으면 1경기에서 통상 3차례 타석을 밟아 그중 2차례가량을 선발투수와 대결하는 하위 타선에 있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에서 김광현과 김하성의 승부는 모두 31차례 펼쳐졌다. 기록만 놓고 보면 김하성의 판정승으로 평가할 만하다. 김하성은 김광현을 상대로 30타수 10안타 1볼넷 타율 0.333을 기록했다. 그의 KBO리그 7시즌 통산 타율은 0.294. 김광현 상대 타율이 통산 기록을 웃돈다. 김광현은 KBO리그 마지막 시즌인 2019년에 김하성을 상대로 12타수 6피안타를 허용했다. 타율을 0.500으로 끌어올린 김하성의 완승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김광현의 기세는 만만치 않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2년차로 넘어온 올해까지 단 1패도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등판 횟수(8경기)가 적었던 탓이지만 지금까지 누적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2.03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적이다.
더욱이 올해 김광현이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는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실점을 최소화하는 김광현의 ‘짠물 투구’가 자신의 승전으로 쌓이지 않아도 결국 팀 승리에 일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중간 전적 23승 17패(승률 0.575)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원정 3연전에서 2연패를 당하며 발목을 잡혔다. 김광현에겐 자신의 시즌 2승 수확은 물론 팀의 연패를 끊기 위해서라도 승리가 절실하다.
김하성은 김광현과 대결을 하루 앞두고 홈런을 쳤다. 이날 7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2-0으로 앞선 2회말 1사 때 왼쪽 담장을 넘긴 솔로 아치를 그렸다. 지난달 11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원정경기(7대 4 승)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홈런을 치고 35일 만에 손맛을 봤다.
김하성은 경기를 앞두고 “김광현은 한국에서 좋은 투수였다. 미국에서도 잘 던지고 있다. 재미있을 것”이라며 김광현과 첫 승부를 기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