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필수인력을 제외한 30세 미만의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이 힘든 상황에서 어학연수를 겸한 ‘청소년 원정 백신 접종’ 여행상품이 잇따라 등장했다. 백신 무료 접종을 선언한 미국 알래스카주 등으로 가기 위한 관광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A유학원 블로그에는 오는 7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 대학에서 개최하는 어학연수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내용과 함께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 접종을 도와주겠다’는 글이 16일 올라와 있다. 만 16~18세가 대상이다. 메신저로 해당 내용을 문의하자 유학원 관계자는 “미국에선 현재 여행자들도 2차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자의 경우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허용한 상태라 현지 (학습) 분위기가 좋아졌다. 짧은 기간에 명문대 투어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에 대해서만 여름방학 중 백신 접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을 뿐 나머지 학생들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하지만 방역 당국 지침과는 별개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학생이라도 얼마든지 미국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의 접종 연령은 16세 이상이었다가 지난 10일 12세 이상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어학연수뿐만 아니라 골프나 관광 목적으로 여행하면서 백신을 맞으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알래스카주를 기반으로 하는 B한인여행사 홈페이지에는 “5박6일 여행해도 2차 접종까지 되나요?” “비용과 일정이 궁금합니다” 등의 문의가 이어졌다. 앞서 알래스카주는 다음 달 1일부터 알래스카 내 4개 공항에 입출국하는 관광객에게 백신을 무료 접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여행사는 백신관광 문의가 급증하자 이달 초 화상회의를 열고 40분간 백신관광 상품을 직접 소개하고, 질의응답하는 시간까지 가졌다. 수요가 많아 조만간 2차 화상회의를 연다는 게 여행사의 설명이다.
또 다른 여행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백신관광 상품의 경우 1인당 8000달러(약 900만원)를 내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유명 리조트에서 3주간 머물며 두 차례 화이자 백신을 맞고, 골프도 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글에는 ‘골프를 치지 않을 경우에도 300달러(약 33만원)를 내면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설명도 포함돼 있다. 백신 접종만을 위한 수요를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백신 접종은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배경택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상황총괄반장은 지난 14일 라디오에 출연해 “(백신 여행을) 하는 게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반응이 생기면 국내 방역 당국이 대응해줄 수 없고, 접종 사실도 국내에선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가격리 예외 대상도 국내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로 한정된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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