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예산 시즌이 돌아왔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내년도 본 예산편성을 위해 6월부터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예산실은 4차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본예산 편성, 올해 초 또 한번의 추경 편성으로 쉴 틈이 없었다. 과거 힘있던 선호 부서였던 예산실은 코로나19사태 이후 과중한 업무로 기피부서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기진작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안도걸 기재부 2차관 등 예산실 수뇌부는 올해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심야 및 휴일 심의를 금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6월부터 본격적인 본예산 편성에 들어가게 되면 예산실 직원들은 휴가반납은 물론 야간 및 휴일 근무는 예삿일이었다. 그러다보니 안타까운 일도 많았다. 2018년12월에는 본예산 통과를 앞두고 국회에 대기중이던 예산실 한 서기관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올해 초에도 사무관 한명이 과로로 사무실에서 쓰러져 입원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예산실 직원들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강화 차원에서 다음달 내부 심의 계획을 짜면서 야간 및 휴일 심의를 없애버렸다.
예산실 한 과장은 16일 “안도걸 2차관 부임이후 ‘일하는 사람만 일하지 말고 나눠서하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면서 “나부터 저녁 7시가 되면 일이 남았더라도 일거리를 싸들고 퇴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내부적으로는 예산실의 ‘산 증인’이자 여당 수석전문위원까지 역임한 안 차관과 그와 수년 간 손발을 맞춰 온 최상대 예산실장의 자신감의 발로라는 분석도 있다.
사무관 등 일선직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예산실 한 사무관은 “국과장을 앞에두고 보고하는 내부심의는 재판 받는 피고인 신분이 된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며 “빨간날에도 출근해 상사를 봐야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