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송영길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당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정부 마지막 1년의 당·청 관계는 당이 실질적으로 주도하게 될 것임을 문 대통령이 직접 확인한 셈이다. 당에 힘이 실리면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청와대와 온도차를 보여 온 ‘송영길표 부동산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민주당 신임 지도부와 첫 간담회를 열고 다양한 현안에 대해 당의 의견을 들은 뒤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가격 안정, 투기 근절, 안정적 공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함께 기울이자”고 당부했다고 한다.
송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우리 당이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다시 국민의 신임을 받아야 문 대통령이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이어진다”며 “그러려면 앞으로 모든 정책에 당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당내) 부동산특위가 만들어졌다. 당장 내년 재산세 부과 문제부터 긴밀히 논의해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유능함은 단합된 모습에서 나온다”며 당·청의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이어 “일자리, 부동산, 불평등 해소 등은 당·정·청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10일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준비하며 임기 4년이 지났다고 할지, 임기 1년이 남았다고 할지 많이 생각했다. 남은 임기 1년이 지난 4년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당 주도’ 기조를 밝히면서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등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실수요자 보호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양도세·재산세·대출규제의 완화 등을 검토 중이다.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보유세·거래세를 강화하고 대출을 억제한 것과는 방향성이 다르다.
송 대표는 지난 12일 당 부동산특위 1차 회의에서 “재산세와 양도소득세는 시급한 문제”라면서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조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표 특위 위원장은 “부동산 관련 세제의 큰 원칙은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춘다는 세계적인 기준에 맞춰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특위에서는 부동산 시장 ‘매물 잠김’ 해소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를 유예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주택자나 청년 등 생애 첫 주택 구입자를 위한 공급 정책도 힘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당 지도부가 청년 주택공급 대책이 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임기를 시작한 김부겸 신임 국무총리도 “부동산 정책에서 더 이상 실망을 드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 총리는 취임사에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집값 안정 기조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모든 세대에서 실수요자들이 주택 마련에 어려움이 없도록 다양한 정책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