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 정국 정면돌파 택한 여당… 내부 갈등 봉합 ‘숙제’

입력 2021-05-14 04:02
김기현(앞줄 왼쪽 세번째)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13일 국회 본회의장 계단 앞에서 여당의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단독 표결 처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를 명분 삼아 여당이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 처리했다. 인사청문 정국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당분간 여야 관계는 얼어붙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초·재선 의원과 친문(친문재인계) 의원 사이 갈등도 불거졌다. 여당 지도부는 이를 조속히 봉합해야 할 과제도 떠안게 됐다.

박 후보자 사퇴부터 김 후보자 임명동의 처리까지 이뤄진 13일 국회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날 오후 1시쯤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이후 여야 원내대표가 회동했지만 김 후보자 임명동의 처리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결국 이날 저녁 7시쯤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직권으로 임명동의안이 상정됐고, 야당의 표결 불참 속에 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 절차가 속전속결로 처리된 것은 인사청문 정국을 빌미로 야당에 계속 끌려다닐 수 없다는 여당 지도부의 판단이 있었다. 특히 여당은 박 후보자 자진사퇴라는 청와대의 양보를 힘겹게 받아냈다. 총리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를 위한 명분을 확보했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표결을 거부한 국민의힘의 반발이 변수다.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 여야는 당분간 ‘강 대 강’ 대치가 불가피하다. 특히 민주당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도 단독으로 채택했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도 여당 지도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친문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여당 초선의원 모임의 입장과 관련해 “최소 1명은 부적격이라는 표현이 아쉽고 납득하기 힘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친문계가 초·재선 의원들의 ‘항명 움직임’을 제압하려 나서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어떤 후보가 부적격한지에 대한 초선 의원들의 의견이 저마다 달라서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낙마 대상으로 거론되던 임 후보자와 박 후보자 중 상대적으로 흠결이 덜했던 박 후보자를 지목한 것을 두고는 공직자 여성 할당 문제가 고려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임 후보자를 지명하며 여성 장관 숫자를 4명으로 늘렸다. 현재 국무위원 18명 중 여성 장관은 임 후보자를 포함해 22%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30%에 미치지 못한다. 임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여성 장관 비율은 16%로 떨어진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최근 인사청문 정국에서 불거졌던 청와대와의 긴장 관계가 일부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청와대는 장관 후보자 3명의 인사청문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재요청하며 임명 강행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세 명 중 한 명은 낙마시키고 가야 한다”고 요구했고, 지도부 역시 이런 의견들을 여과 없이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도 강경 입장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던 셈이다. 초·재선 의원들이 송영길 지도부 체제에 힘을 실어주면서 민주당은 향후 당·청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

정현수 박세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