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실종 대학생 익사 추정”… 경찰 ‘의문의 42분’ 규명 나선다

입력 2021-05-14 04:02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택시승강장에 13일 고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메모들이 놓여 있다. 그 뒤로 손씨 친구의 휴대전화 수색을 위해 이동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대학생 손정민(22)씨의 사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정밀 부검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실종 당일 손씨와 친구 A씨가 마지막으로 함께 목격됐던 오전 3시38분부터 A씨가 홀로 목격된 오전 4시20분 사이 ‘42분의 행적’을 재구성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서울경찰청은 손씨 사망 원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부검 감정서를 전날 국과수로부터 전달받았다고 13일 밝혔다. 손씨 왼쪽 귀 뒷부분에서 발견된 손가락 2마디 크기의 상처 2개는 직접 사인으로 고려하기 어렵다고 국과수는 판단했다.

실종 당일 손씨와 A씨 두 사람을 목격한 6개 그룹 9명을 조사해온 경찰은 “친구 A씨가 오전 4시20분쯤 한강에 인접한 경사면에 홀로 누워 있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A씨는 머리는 잔디밭 방향, 다리는 강쪽 방향으로 가방을 메고 누워 있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목격자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고 친구를 찾기 위해 불빛을 비춰가며 누워 있던 A씨를 깨웠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손씨는 없었다고 한다.

경찰이 두 사람이 함께 있던 것으로 확인한 마지막 시점은 오전 3시38분이다. 경찰은 복수의 목격자들로부터 사고 당일 오전 2시부터 3시38분까지 두 사람이 같이 누워 있거나 앉아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씨가 손씨와 함께 있던 도중 통화했다는 진술이 나왔는데,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 시각은 3시38분이었다.

결국 오전 3시38분부터 A씨가 홀로 발견된 오전 4시20여분 사이 ‘42분의 행적’을 규명하는 게 수사의 성패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오전 3시38분 이후 행적을 재구성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유의미한 제보를 받아 정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손씨가 음주 후 2~3시간 사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2~3시간’의 의미에 대해 경찰은 “음주 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사망에 이르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손씨 사망 전날 밤인 10시54분부터 당일 오전 1시31분까지 4차례 편의점을 방문해 360㎖ 소주 2병, 640㎖짜리 페트 소주 2병, 청하 2병, 막걸리 3병 등 모두 9병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경찰은 “두 사람이 구매한 술을 모두 마셨다고 단정할 수 없고, 누가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손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4%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포한강공원 인근 CCTV에 포착된 손씨와 A씨의 모습, 목격자 진술 등을 고려하면 손씨와 A씨는 만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9일 A씨를 불러 조사했던 경찰은 지난 12일 A씨를 다시 불러 프로파일러 면담을 진행했다. 한편 실종 당일 손씨 행적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이는 A씨 휴대전화 수색을 위해서는 해군 특수장비까지 동원됐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