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리호’와 드라마 ‘쌈, 마이웨이’ 등 대형 콘텐츠가 웹툰으로 만들어진다.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되던 웹툰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홍보사 에이치엔에스 에이치큐는 2017년 방영된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가 종영 4년 만에 웹툰으로 제작된다고 13일 밝혔다. ‘쌈, 마이웨이’는 배우 박서준과 김지원의 로맨틱한 케미(조화)와 킥복싱을 소재로 방송 당시 최고 시청률 13.8%를 기록한 동시간대 1위 인기 드라마였다. 제작사는 “웹툰을 드라마화하는 흐름과 달리 드라마를 웹툰화하는 역발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5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단독 개봉한 영화 ‘승리호’를 기반으로 한 동명의 웹툰도 같은 달 27일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웹툰 ‘승리호’는 ‘쌈, 마이웨이’와 달리 카카오페이지가 영화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국산 SF ‘승리호’의 지적재사권(IP)을 다양한 스토리 포맷으로 확장했다.
박정서 다음웹툰 대표는 “2시간 이내에 모든 서사를 보여줘야 하는 영화와 달리, 웹툰 승리호에선 각 캐릭터의 서사 등 더 많은 내용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같은 캐릭터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원작에서 40% 정도의 스토리를 재창조해 웹툰에 입혔다.
웹툰은 영화 드라마와 함께 주류 콘텐츠로 불릴 만큼 몸집을 키우고 있다. 웹툰의 2020년 상반기 매출액은 약 6841억원으로 코로나 19에도 전년 동기보다 8.4% 성장했다. 수출에서도 같은 기간 30% 넘는 성장을 이뤄냈다.
네이버는 최근 약 6억 달러(6600억원)에 웹소설 사용자 세계 1위인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를 완료했다. 이로써 네이버의 웹툰과 왓패드의 웹소설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스토리텔링 플랫폼사가 탄생했다. 카카오도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했다. 웹툰이 원천 IP로 주목받으면서 영화화와 드라마화가 진행됐지만, 이제는 인기 영화와 드라마가 IP로서 웹툰화될 수 있는 글로벌 시장이 열리고 있다.
앞서 게임업계에서도 인기 게임 IP의 웹툰화에 나섰다. 프랑스의 게임업체 유비소프트 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8일 자사의 게임 IP인 ‘어쌔신 크드리’ ‘파 크라이’ ‘더 디비전’ 콘텐츠를 웹툰화한다고 밝혔다. 웹툰이 흥행하면 원작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게임 마케팅도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웹소설과 웹툰이 원천 IP로 여겨져 주류 콘텐츠인 방송과 영화로 흘러갔다면, 이제는 웹툰이 그 자체로 돈을 만드는 캐쉬카우임이 확인돼 주류 콘텐츠의 하나로 부상하기 시작했다”며 “완결된 인기 드라마의 콘티를 바탕으로 웹툰화하는 게 웹툰을 드라마화하는 것보다 흥행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