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주 이상 급등… 정치 테마주 폭등에 ‘투기’ 주의보

입력 2021-05-14 04:06

글로벌 인플레 우려로 주가지수가 연일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선주들이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주가 상승률 1~6위는 모두 우선주 종목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정치 테마주 관련 우선주 중심으로 폭등하고 있어 투기 우려가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3일~13일 코스피에서 동양3우B(265.38%), 동양2우B(172.40%), 동양우(147.89%)이 주가상승률 1~3위를 차지했다. 최근 한 달로 기간을 넓히면 노루홀딩스우가 467.57%나 뛰며 상승률 1위였다.

13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른 미국 소비자물가 소식으로 주요국 지수가 급락한 이날도 신원우, 동양3우B, 동양2우B는 각각 30.0%, 29.96%, 29.91%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일부 우선주들은 나홀로 상승세를 보였다.

우선주는 보통 다른 종목보다 유통 주식 수가 적어 소액의 투자 자금으로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작전 세력이 우선주를 타깃으로 한 불공정 거래로 주가를 급등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선주는 갑자기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 상승률이 폭등할 수 있다”며 “시세 조종 행위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급등한 우선주들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마땅한 호재가 없다. 다만 정치 테마주로 알려진 우선주가 오른 게 특징적이다. 동양 우선주는 투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동양 임원 중 대선 후보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서울대 동문들이 많고, 윤 전 총장이 2002년 잠시 몸담았던 법무법인에 같이 근무한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노루페인트의 경우 윤 전 검찰총장의 부인이 운영하는 콘텐츠 기업의 후원사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코스피가 근 한달 간 박스권에 있었고, 대형주 중심으로 웬만한 종목은 이미 상승하자 갈 곳 잃은 자금이 우선주에 몰린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이달 투자경고종목으로 동양우, 동양2우B, 동양3우B, 크라운제과우, 동부건설우, 한화투자증권우, 덕성우 등을, 투자위험종목으로 노루홀딩스우, 노루페인트우를 지정했다. 투자경고종목이란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경우 투자자 주의 환기와 불공정거래 사전 방지를 위해 지정된 종목이다. 해당 주식을 매수하려면 위탁증거금을 100% 납부해야 하고, 신용융자로 매수할 수 없다. 투자위험종목은 지정과 동시에 거래가 하루 정지되고, 주가가 또 급등하면 거래가 추가 정지될 수 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우선주 급등은 투기 수요가 대부분”이라며 “우선주를 추격 매수하는 투자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당부했다.

지난해에도 주식시장에선 코로나19 충격으로 변동성이 커지자 ‘우선주 광풍’이 불었다. 지난해 6월 17일 하루에만 우선주 종목 14개가 무더기로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