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내놓은 반도체 지원 방안은 ‘파격’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반도체 산업계가 요구해오던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중소·중견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도 최대 40%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화학물질 관련 규제 등 반도체 공장 설비 구축에 걸림돌이 될 만한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다만 업계와 지역사회가 향후 빚을 수 있는 갈등에 대해 정부가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점은 옥에 티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발표한 ‘K반도체 전략’의 핵심은 세제 혜택이다. 일단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폭을 대폭 늘렸다. R&D 투자액에서 내야 할 세금을 대·중견기업의 경우 최대 40%, 중소기업은 최대 50% 감액해주기로 했다. 대기업이 R&D 투자로 10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면 이 중 40억원을 공제해주는 식이다.
시설 투자액도 세액 공제 폭이 늘어난다. 기존 대기업에 부여하던 세액 공제율(1%)을 최대 6%로 끌어올렸다. 신성장·원천 기술이나 핵심전략기술만 해당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어도 대기업 혜택 부여를 꺼렸던 정부로서는 파격적인 조치다.
규제 완화도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공장을 짓거나 설비를 들일 때 걸림돌이 될 만한 화학물질, 고압가스, 전파응용설비 규제 등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과정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식으로 업계 편의를 봐줄 계획이다. 용인·평택 등 반도체 집적단지에 반도체 용수 10년 치를 확보해주는 기반 구축도 정부가 맡았다. 첨단 반도체 관련 R&D 예산을 2조5000억원까지 늘리는 점 역시 눈에 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화학물질 취급이 많은 반도체 공장의 경우 증설 시 지역사회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 용인시와 안성시, 평택시를 잇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도 이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갈등은 자칫 ‘반도체 초격차’ 시간 싸움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갈등은 업계와 지역사회가 푸는 게 맞다. 정부가 나설 일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