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서 C씨는 의붓딸인 B양을 폭행하고 학대를 일삼았던 게 알려졌다. 두 친구는 각각 해당학교의 위(Wee)센터를 찾아, 성폭행 피해와 학대에 따른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B양은 어릴 때부터 의붓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거쳐 사실을 확인한 뒤 C씨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반려했다. 이후 경찰은 피의자 조사를 거쳐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검찰에 의해 반려됐다. 피해자 진술에 대한 전문가 분석을 포함한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경찰은 현재 보강 수사를 거쳐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한 상태다.
C씨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이 두 여중생은 15일 오후 5시쯤 청주의 한 고층아파트 화단에서 피를 흘린채 쓰러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119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숨졌다.
A양과 B양은 지난해 같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친한 친구 사이가 됐고, 한 명이 올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여전히 단짝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두 사람이 이 아파트 옥상에서 아래로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두 학생이 쓴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됐다.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자신들의 호소에도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자 두 여중생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수사기관과 학교가 피해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두 여중생을 보호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사에 진척이 없는 동안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를 하지 못해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손정우 충북대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교수는 “위기 아동청소년으로 추정될 경우 정신적 치료를 위한 상담과 여러 형태의 제도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러나 현행 제도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보호자에게 동의를 받아야하게 돼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진작에 발부됐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고 했다.
숨진 A양이 다니던 중학교의 한 관계자는 “지난주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교육도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구체적인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근거 없는 소문이나 추측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