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장 충격 최소화 대책 시급한 글로벌 인플레 공포

입력 2021-05-14 04:03
글로벌 경제에 인플레이션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봉급생활자의 실질소득과 구매력이 줄어든다. 서민들이 생활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선 금리 인상이 필요한데 양날의 칼이다. 금리 인상은 자칫 빚이 많은 가계와 기업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충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를 비롯한 각 경제 주체가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놔야 한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2% 급등했다는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의 발표가 인플레이션 공포를 급격히 키웠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1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어서 이날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2% 안팎으로 급락했다. 미국발 인플레이션 공포에 13일 코스피지수가 1.25% 내리는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물가 지표는 미국만 오른 것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3% 올라 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각국이 시장에 푼 막대한 자금이 물가를 자극했다. 특히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재 가격도 오르는 중이다.

물론 그동안 물가가 억눌려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반등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최근 물가 지표가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도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상반기 경제 전망에서 “최근 국제 유가 급등은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작지 않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은 여전히 미약한 모습”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뒤 억눌렸던 소비가 보복하듯 폭발하는 ‘펜트업 효과’가 본격화되면 물가가 크게 뛸 수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미국 소비자물가 급등에 대해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요인과 기저효과가 주요 요인”이라며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는 기대 인플레이션(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상승률)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톤다운’ 발언으로 이해된다. 말은 이렇게 하더라도 행동은 달라야 한다. 정부는 언제 본격화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물가 관리 방안뿐 아니라 가계·기업 부채를 관리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