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변심에 암호화폐 ‘곤두박질’

입력 2021-05-14 04:06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3일(한국시간) 자사 결제수단에서 비트코인을 제외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날리며 암호화폐 시장을 폭락장으로 이끌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며 전 세계 증시가 급락하는 가운데 암호화폐 시장은 ‘머스크 리스크’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폭락장은 머스크가 트위터에 쓴 글에서 시작됐다. 머스크는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차량 판매를 중단했다”면서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낭비되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 특히 화석연료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암호화폐가 선사해줄 밝은 미래가 올 것을 믿고 있지만 환경에 중대한 문제를 야기한다면 절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비트코인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 이하를 사용하는 다른 코인을 찾으면 바로 결제수단으로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한 마디가 시장에 미친 파급력은 막대했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6800만~6900만원대를 횡보하던 비트코인은 트윗이 올라온 이날 오전 7시쯤을 기점으로 2시간 만에 6020만원까지 12% 넘게 수직 하락했다. 미국 코인베이스에서도 지난달 25일 이후 18일 만에 처음으로 장중 5만 달러 선이 붕되되며 하락세다. 비트코인 시세를 더 민감하게 추종하는 알트코인들은 대부분 20~30%대의 하락폭을 보이며 거의 모든 종목이 폭락했다.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자고 일어났더니 반토막이 나있었다” “이대로 코인 유행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등 투자자 아우성이 빗발쳤다. CNBC는 머스크의 발언 직후 3시간 만에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3660억 달러(약 413조원)가량 증발했다고 추산했다.

머스크의 이번 발언은 자신이 꾸준히 내비쳐온 비트코인에 대한 입장과 정반대 성격을 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2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15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구매 사실을 밝히고 3월에는 테슬라에 비트코인 결제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해 도지코인을 띄우는 등 암호화폐에 대한 애정을 보여왔다. 이처럼 암호화폐 흥행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해온 머스크가 비트코인에 등을 돌리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패닉셀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폭락장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포를 느낀 투자자들이 증시는 물론 코인시장에서도 자금을 거둬들이면서 자산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투자자 사이에서 금과 비슷하게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여겨졌으나 위상에 흠집이 가기 시작한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은 주식 시장에서 기술주와 성장주들이 폭락하는 길을 함께 걷고 있다”면서 “(암호화폐는) 투기성 짙고 리스크 높은 자산일 뿐 더 이상 인플레이션 햇지 수단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