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물가 급등에 ‘인플레 공포’ 확산… 일시적 추세일까

입력 2021-05-14 04:04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12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주가 모니터링 시스템 주변에 모여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인플레이션 공포에 급락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681.50포인트(1.99%) 떨어진 3만3587.66에 거래를 마쳤다. AP연합뉴스

미국 노동부가 12일(현지시간)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4.2%로 발표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인플레 공포에 빠졌다. 2008년 9월 이후 13년 만의 최대폭 상승으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3.6%를 웃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일시적 요인과 코로나19에 기인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 따른 병목현상이 작용했다며 조기긴축 논의에 돌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한다. 실제 4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수치로 지난해 팬데믹 충격으로 물가 상승률이 저조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측면이 강하다.

중고차가격이 전월보다 10%나 오른 것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로 신차 생산 차질이라는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3.0%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전월 대비 상승률은 0.9%로 시장 전망치(0.3%)를 3배나 웃돈다. 일시적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추세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위원은 13일 “(전월 대비) 근원물가 상승은 단순히 원자재 등의 공급 측면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의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비싸졌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강력한 인플레의 힘(기여도)은 아직 공산품과 상품 물가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지만 대면·서비스 경제 재개 기대가 높아지는 만큼 쉽게 약화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1분기 6.4%에 이어 2분기 8%대로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물가 상승세를 기저효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물가 급등 추세가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를 분석했다.

항공요금의 경우 3월에 비해 10% 올랐지만 아직 코로나19 팬데믹 충격 직전인 지난해 2월 수준에는 아직 15%나 미치지 못한다. 백신 접종 확대로 움츠렸던 활동이 재개되면서 여행 수요도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걱정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

반면 4월 외식물가는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률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2월 이후 누적 상승률이 3.6%로 최근 5년간 상승률 2.7%를 훌쩍 뛰어넘는다. 소비자들로서는 부담이다. 미국인들 외식비용은 전체 가계소비의 6.3%로 중고차(2.8%) 항공요금(0.6%) 비중을 훨씬 능가한다.

외식물가 상승은 0.7% 오른 임금이 가장 큰 요인이다. 레저와 의료 부문 노동자 임금은 이보다 더 큰 1.6%나 뛰었는데 연간으로는 무려 5% 상승률이다. 이들 서비스 부문 임금이 오른 것은 4월 구인 증가율이 지난해 1월 대비 34.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정부의 실업수당 인상 등으로 일할 의욕이 저하돼 구직률이 13% 줄어든 것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구조적 인플레로 진입한 단계는 아니지만 순환적 차원에서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4월 소비자기대지수조사(SCE) 결과를 보면 물가 상승 기대치(중앙값)는 향후 1년간 3.4%로 2013년 9월 조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11일 중국이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예상치(6.5%)를 뛰어넘는 6.8%를 기록한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3월의 4.4%를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2017년 10월 이래 최대치다.

중국의 PPI가 주목받는 것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PPI 상승이 중국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교역을 매개로 인플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은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는 소비자물가 인상으로 이어지며 인플레를 수출하는 자극을 주는 셈이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