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끼발가락을 다쳤다. 다용도실에 있는 고양이 화장실 덮개에 걸려 넘어졌다. 왼쪽 발, 오른쪽 손, 그리고 오른쪽 어깨가 두루뭉술 아파 대충 아픈 부위에 파스를 붙이고 잤다. 밤 내내 발이 욱신거려 뒤척였다. 어렵사리 잠이 들었는데 고통 때문에 깬다는 것은 참 서럽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우스꽝스럽게 다쳤다고 해도 말이다.
다음 날 아침 아픈 부위는 좀 더 분명해졌다. 왼쪽 새끼발가락만 어둡게 푸른 멍이 들었다. 오른쪽 손에는 별다른 상처가 없었지만 엄지손가락이 아프다는 걸 알았다. 오른쪽 어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골절은 아닌 것 같아 병원에 가지 않았다. 현재 새끼발가락의 멍은 발톱에 흔적만 남아 있다. 그리고 묽어진 멍이 발등으로 내려와 있다. 멍의 오묘한 색도 그렇고 매일매일 이동 경로가 눈으로 확인되는 것도 그렇고 어쩐지 피부 위에 우주가 펼쳐지는 느낌이다.
사소한 게 사소한 게 아니라는 것은 사소한 부위를 아파보면 누구나 깨닫게 된다. 나는 당장 좋아하는 달리기를 비롯해 요가도 산책도 할 수 없게 됐다. 절뚝이느라 그런 건지 지나치게 쉽게 피로해져 틈만 나면 눕고 싶은 유혹에 빠졌다. 뿐만 아니라 절뚝이면서 걷느라 너무나 아픈 사람으로 보인 나머지 놀라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들에게 내가 아주 우습게 넘어졌고 겨우 새끼발가락을 다쳤다는 보잘것없는 사실을 계속 설명하느라 하루에도 몇 번이나 창피스러웠는지 모른다. 겨우 있으나 마나 하게 보이는 새끼발가락 하나 때문에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언젠가 시인인 친구의 책방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그때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대뜸 내게 무릎이 어디 있는 줄 아느냐고 물었다. 무슨 말이지, 하고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바라보자 그는 말했다. 나는 이제 무릎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 이제야 그 말이 뜻하는 바가 이해된다. 나 역시 내 새끼발가락이 어디 있는지 아는 생활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조 가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