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이 쳐들어와요,
어서어서 집으로 가요
마을 사람들 안전하게 귀가시키고
당신은 정작 돌아오지 못했네요
선옥이 아부지 석모 아부지 영모 아부지
불러도 대답이 없었네요
집 앞 느티나무는 그새 밑동이 굵어져
더 큰 그늘을 드리우고 가을을 물들여요
그 봄, 새파란 잎새들 사이로
빗발친 총탄에 흐르던 피,
남아 있던 따스한 온기로 오늘을 살아요
왼쪽 가르마에 단정한 머리
사진 속 당신은 늘 그대로
참 젊은 남편이라 웃음이 나네요
오월이면 길 잃고 헤매일까 봐
이사도 가지 않았어요
그 집 그대로니 젯밥 드시러 와요
손자 손녀까지 시끌벅적한 모습 보러 와요
내 마음속 당신은 살아 있으니
당신은 죽은 적이 없으니
-고영서 시집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 중
다시 5월이고, 어떤 시인은 여전히 5·18을 얘기한다. 4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쓰고 또 쓴다. 집 나가 돌아오지 못한 남편을 오늘도 기다리는 김옥희 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