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투자 심리 위축과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주요국 주가지수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백악관이 직접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힌 데다 최근 국제 원자재·곡물값의 기록적 급등에 따른 미국 소비자물가가 12년 7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금융 및 실물 시장에 대한 파장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11일(이하 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6% 급락한 3만4269.16에 마감했는데, 이는 3개월 만(2월 26일 1.50% 하락)의 최대 낙폭이다. 같은 날 유럽 증시가 1~2%대 급락세를 보인 데 이어 이튿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도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2일 코스피지수는 47.77포인트(1.49%) 하락한 3161.66에 장을 마치며 전일(-1.22%)에 이어 2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장중 낙폭이 2%대에 이르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11.51포인트(1.18%)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1.61% 급락했으며, 특히 기술주 비중이 높은 대만 가권지수는 4.11%나 빠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홍콩 항셍지수만 소폭 상승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전날 2조원가량 순매도한 외국인투자자는 이날도 코스피에서 2조7000억원가량 팔아치웠다. 지난 2월 26일(2조8299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8만원이 깨지며 올해 처음 7만원선으로 주저앉기도 했다.
이번 주요국 증시 급락은 백악관발(發) 인플레이션 관련 발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가스와 목재 가격 급등이 인플레에 대한 행정부 전망을 바꾸고 있느냐”는 질문에 “경제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 일시적인 파급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실제 원자재 가격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주요 원자재 지표인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S&P GSCI)는 이날 524.41을 기록, 1년 전(276.84)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구리 가격도 11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t당 1만528달러를 기록, 연초 대비 30%가량 올랐다. 1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2%로, 2008년 9월(4.9%)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미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일시적이든 아니든 인플레이션 징후가 자산 시장을 흔들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채권 시장 예상치가 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보도했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국의 경기 회복, 미국 내 백신 접종, 원유 생산 차질 등으로 인플레이션 가속화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며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조기 긴축을 단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 의원들은 “인플레이션 논란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하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이날 라엘 브레이너스 연준 이사는 “미 경제가 회복하고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아 전웅빈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