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가장 ‘힙한’ 지점에 도달해 있거나, 영역다툼의 최전선에도 달려들고 있다. ‘점잖은 모습’만으로는 치열한 현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적인 유통·식품업계가 달라진 신세계와 정용진(사진) 부회장의 공격적 행보에 긴장을 늦추지 못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12일 발표한 1분기 실적 공시와 패션 부문 온라인 쇼핑몰 W컨셉 인수합병(M&A) 관련 자료는 종일 유통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신세계는 지난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 1조32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보다 10.3% 올랐다. 영업이익은 12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59.2%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이날 SSG닷컴은 지난 11일 딜 클로징을 열고 W컨셉 지분 100% 매매대금 지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W컨셉은 20~3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찾는 온라인 패션 편집몰이다.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패션 관련 어플리케이션(앱)이 비(非) 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면, W컨셉은 백화점과 경쟁하는 브랜드 편집샵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업계에선 정 부회장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만남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500억원 규모 지분 교환 방식으로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켰다.
앞서 지난 1월 프로 야구단 SK 와이번스 인수를 결정하며 프로야구계와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SSG 랜더스는 프로야구 개막 이후 17승 14패로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SSG 랜더스 창단식을 앞두고 소셜 미디어 플랫폼 클럽 하우스에서 경쟁 상대인 롯데를 상대로 “울며 겨자 먹기로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도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자극적인 발언을 하면서까지 신세계그룹의 결집을 촉구한 것”이라며 “더 이상 점잖은 경쟁만으로는 승부가 안 된다는 것을 총수 차원에서 절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긍정적인 성적표를 펼쳐 보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M&A 대어로 꼽히는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과 배달앱 요기요 인수전에도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자사몰인 SSG닷컴을 키우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 않았다. 또 상생이나 공정경쟁 이슈가 예민한 배달앱 시장에 대기업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면서 신세계의 요기요 인수전 참여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