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 거부한 이성윤, 최근까지 통상의 업무 수행

입력 2021-05-13 04:05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최근까지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보고를 받으며 통상의 업무를 수행했다.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수사를 ‘개인적인 일’이라며 업무와 구별했다고 한다. 청 내에서 수원지검 수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정문으로 걸어들어온 전날과 달리 12일 오전 청사로 출근하지 않자, 검찰 안팎에서는 수원지검의 이 지검장 기소를 예상했다.

이 지검장의 하루 휴가 소식을 접한 검찰 구성원들은 “기소를 지켜보는 일이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번 기소는 첫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소일 뿐 아니라, 지검장이 자신의 청 소속 검사에 의해 재판에 넘겨지는 일이기도 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 지검장 기소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받았다. 이 지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하기 위해서였다.

이 지검장은 기소 직후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입장문을 냈다. “명예회복이 이뤄지게 하겠다”는 말이 있는 반면 거취 언급은 없었다.

입장문을 본 검사들은 “직을 내려놓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했다. 국가공무원법상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일 때에는 공무원의 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수리 여부와 별개로 사표가 제출될 수는 있다는 점에서, 이 지검장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는 많은 관심을 끌던 터였다.

법조계는 이 지검장의 ‘버티기’를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피고인 중앙지검장’이 되기 이전에 직을 던졌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한 검사는 “개인의 결정이겠지만, 검찰을 생각한 결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결국 사의를 표명하지 않는 것이 향후 방어에 유리하다고 본 듯하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공판에 관여할 후배 검사들에게 부담을 주는 방안을 선택한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시한 기소를 승인하지 않았다가 전국 검사장 회의석상에서 공개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말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는 자신이 지휘 감독하는 서울중앙지검 구성원들로부터 용퇴 요구를 받았다. 그에게는 ‘친정권’ 꼬리표가 계속 붙었다. 국정감사장에서 “장관에게 충성하느냐, 국민에게 충성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저는 대한민국 검사이며 국민에게 충성한다”고 답변한 적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이 지검장을 두고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으로도 거론된 인물이지만, 조직 내부의 신망까지 얻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그가 사건 지휘에 관여하지 않는 곳으로 이동해야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