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과르디올라 “이번 우승이 제일 어려웠다”

입력 2021-05-13 04:07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지난 8일 홈구장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리그 경기 중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축구 종가 영국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통산 7번째 1부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역사를 썼다. 펩 과르디올라(50) 감독은 스페인 라리가 명문 바르셀로나 시절에 이어 또다시 트레블(한 시즌 3관왕) 기회를 눈앞에 뒀다.

맨시티는 11일(현지시간)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3위 레스터 시티에 1대 2로 패함에 따라 리그 3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승점 차를 10점으로 유지, 우승이 자동으로 확정됐다. 과르디올라 감독 개인에게는 이번이 감독 경력에서 31번째 우승컵이다. 맨시티는 이로써 29일 열릴 첼시와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을 일찍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승 확정 뒤 현지 언론에 “선수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난관을 겪고도 꾸준함을 보여줬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는 “스페인과 독일에서도 감독으로 일해봤지만 여러 이유로 EPL이 가장 힘든 리그다. 그렇기에 맨시티가 지난 10년 동안 5번 리그 우승을 해낸 건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시즌 중반인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맨시티의 우승을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지난해 11월 말 리그 순위는 11위까지 떨어져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선수단 체력 수준이 급감하고 부상이 속출해 과르디올라 감독의 특기인 점유율 축구를 온전히 구현하기 어려웠다.

이전 시즌 리버풀에 리그 우승을 뺏기면서 과르디올라 감독에게는 이미 비판이 쏠리고 있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한 시대를 풍미해온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이 흐름에 뒤처진 게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팀이 부진한 와중에도 구단이 과르디올라 감독과 지난해 말 재계약을 맺자 팬과 언론 사이에선 비난이 폭주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팀의 전술 체질을 개선해 난관을 극복했다. 쉴 새 없이 공을 갖고 전방으로 휘몰아치던 종전 방식 대신 템포를 늦추고 내려앉으며 상대 약점을 공략하는 방법을 택했다. 풀백 등 다른 팀원들이 플레이메이커 케빈 더브라위너의 부담을 덜어주기 시작했고 유망주 필 포든의 빠른 발전도 팀 재건에 도움을 줬다. 시즌 초 불안정하던 수비는 후뱅 디아즈의 영입으로 튼튼해졌다.

무엇보다 이번 우승은 전성기를 한 차례 거친 팀을 재건해 우승컵을 다시 쟁취해 낸 사례라는 점에서 EPL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경,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를 제외하면 자신의 팀을 재건해 우승컵을 (다시) 따낸 건 과르디올라가 유일하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