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은둔형 대통령과 팬덤 정치 끝내라는 국민 요구 커”

입력 2021-05-13 04:03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제주도청 서울본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는 “내년 대선은 문재인정부 내내 쌓였던 분노를 표출하는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은둔형 대통령과 팬클럽 정치를 깨고 막장까지 간 분열 정치를 끝내야 한다는 국민적 욕구가 크다”고 했다.

원 지사는 구상 중인 정책 키워드로 노동·집·교육을 제시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 기득권을 깨는 혁명적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제주도청 서울본부에서 원 지사를 만났다. 그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며 대권 도전을 위한 배수의 진을 친 상황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식 대선 출마 선언은 언제 할 예정인가.

“7월 전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계속 나중만 기약할 수는 없지만, 당 최대 정치 일정인 전당대회(6월 11일)는 지나야 할 것 같다.”

-제주지사직 사퇴는 언제로 생각하나.

“코로나19 위기 상황이라 지사직의 책임감이 가볍지 않다. 법적 절차나 상황적 제약도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지사직 사퇴 여부나 시점은 고민 중이라고 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

-대권 도전 이유는.

“지금 대한민국은 외환위기 이후 20여년간 누적된 사회 양극화와 그로 인한 민생의 어려움이 심각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딸 둘을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도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 큰 전환이 필요하다’고 절감하고 있다. 또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출발선에서 마음먹었던 것들을 아직 다 발현하지 못했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저를 전부 던지기로 했다.”

-언제 내년 대선 도전을 결심했나.

“조국 사태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도 지난해 총선에서 우리 당이 참패하는 것을 보면서다. 제주도정을 세 번째 임기까지 가는 것은 내 고유영역만 지키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시대정신이란 사실 그 시대가 가장 아파하는 지점, 그리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향이다. 지금 국민은 민생 때문에 분노하고, 특히 젊은 세대는 불공정에 분노한다. 내년 대선은 그동안 쌓였던 분노를 표출하는 선거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부정과 극복이 핵심이 될 것이다. 대선은 동시에 미래에 대한 선택이다. 지긋지긋한 은둔형 대통령과 팬덤 정치, 적대적 팬클럽 정치를 깨야 한다는 국민적 욕구가 크다. 지금 막장까지 간 적대적 분열정치를 끝내고 미래로 가야 한다는 게 시대적 요구다.”

-‘정책 브랜드’로 구상하는 게 있다면.

“분야로는 일과 집, 교육이다. 혁명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걸 통해서 중산층과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 정치를 해야 한다. 노동의 경우 일자리 안전망 구축과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지만, 결국은 노동개혁 문제로 가야 한다. 노동 내부의 기득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젊은 세대에게 일자리를 열어줄 수 없다. 집 문제는 싼값의 주택 공급 확대, 실수요자 지원, 투기 차단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교육 역시 사교육 시장의 기득권을 깨야 하고, 더 늦기 전에 인공지능(AI) 교육을 집중 지원해 전 국민 ‘1인 1AI’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인 원희룡’의 차별성이 있다면.


“과거 대통령들도 그렇고 지금 대선 후보군 중에도 수직적 리더십들이 있다. 저는 수직적 억압이 아닌 수평적 소통의 리더다. 원희룡의 개혁성은 믿어도 된다. 겉만 개혁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담은 현실적인 개혁성을 20년 넘게 다져왔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시리즈’ 정책을 비판해 왔는데.

“돈을 똑같이 나눠준다면서 그 재원은 어디서 거둘지 매번 말이 바뀌지 않나. 기본소득이라는 게 효과도 크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 기본소득이 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된 뒤에도 이를 지지할 사람들은 30% 정도나 될까 싶다. 현재 이 지사의 지지율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도 기본시리즈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원 지사 지지율은 높지 않다. 반등의 계기가 필요할 텐데.

“저의 진정성과 헌신 부분이 국민에게 전달되면 점차 정치적 존재감도 커질 것이라 본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7월까지 대선후보 당내 경선 라인업이 정해지는 시기가 1차 계기, 각 정당에서 본격적인 내부 경선이 벌어지는 때가 2차 계기가 될 것이다. 이후에도 당 밖에 유력주자가 있으면 최종 단일화 과정이 3차 계기가 될 수 있다. 저로서는 우선 내부 주자 간 경선이 이뤄지는 시기를 승부처로 볼 수밖에 없다.”

-상대적 당내 세력이 약한 것 아닌가.

“재선 제주지사로서 중앙 정당정치와는 한발 떨어져 있었다. 출발점이 다른 건 당연하다. 그래도 제가 추구하는 리더십과 저의 인간적 스타일, 열정을 무기로 최대의 동지를 확보할 자신이 있다. 저는 동지적 결합이 가능한 사람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는.

“검찰총장으로서는 역대급이다. 그 정도 강단과 돌파력을 보여준 사람은 많지 않다. 야권에도 많은 활력을 불어넣어줬다. 다만 최종 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항 속 물고기처럼 검증을 받아야 하고, 정치력 부분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막강한 경쟁자는 아마 원희룡일 것이다. 막강한 경쟁자는 가장 강력한 협력자일 수도 있다.”

-당 쇄신 문제에 대한 입장이 있다면.

“당의 혁신 방향은 답이 나와 있다. 중도, 젊은층, 전국정당으로 가야 한다. 배타적인 강경 지지층과 단절하고, 과거로의 퇴행적 움직임에 대해서도 단호한 선긋기가 있어야 한다.”

지호일 강보현 기자 blue51@kmib.co.kr